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7일 내놓은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중심으로 한 개혁안을 따를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검찰총장은 검찰의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고안이 적용될 경우 검찰총장은 수사에 대한 직접지휘를 할 수 없게 된다.
개혁위가 권고한 검사 보직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개진 방식도 총장 힘빼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개혁위는 검사 보직 결정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내용을 개정, 총장이 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내도록 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월 검찰 인사 당시 추 장관과 충돌한 바 있다. 당시 추 장관은 인사 의견을 듣기 위해 윤 총장을 호출했지만 검찰은 이를 사실상 거절했다. 결국 추 장관은 소신대로 검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로 윤 총장 측근들은 줄줄이 지방으로 밀려났다.
논란이 일자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기다렸지만 (윤 총장이) 인사안을 갖고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법령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얼핏 이번 안이 인사위라는 제3의 지점을 통해 검찰총장의 목소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찰총장의 인사권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 임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권고 역시 논란거리다.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의 자격을 ‘15년 이상 재직한 판사나 검사, 또는 변호사’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15년 이상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 등으로 규정한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경찰과 비교해도 역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에는 계급이 없어 경찰조직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경찰청장은 ‘바로 아래 하위 계급에 있는 경찰공무원 중에서 승진 임용한다’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치안총감) 아래인 치안정감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경찰법 11조에는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청장은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2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파격적인 사례는 고검장이 아닌 지검장 중에서 승진한 윤 총장이면 충분하다”며 “판사나 변호사가 검찰총장을 맡는다는 일은 상상해보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경험이 없는 총장이 임명될 경우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 대응력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을 중심에 뒀던 검찰개혁위원회가 갈수록 파격적인 개혁안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9월30일 출범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非)입법적 조치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신속하게 제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남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출신의 친여인사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5~2006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는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아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100만명이 넘는 주권자들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개혁이 부족하다고 이 정부에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