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무죄 판결 후 대선가도에 탄력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의 간부 공무원 중 다주택자에겐 승진 등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연말까지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처분하라고 강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28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다주택 처분 조치로는 경기도가 처음이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2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 권고한 것보다 더 강력하다.
업무상 세종시에 주택을 소유하거나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공무원도 많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또 “부동산시장은 심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 이해 관계자가 정책결정에 관여하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며 문재인정부의 아픈 곳도 콕 찔렀다. 정부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내걸었지만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와 여당 국회의원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거나 강남 등에 값비싼 ‘똘똘한 1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지사는 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촉구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금융 특혜 폐지와 시장 공급 유도를 위한 유예,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강력하고 원칙적인 과세도 정부에 건의했다.
경기도 부동산 대책을 놓고 평가는 엇갈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정책에 관여하는 분들이 다주택자일 경우는 이 지사의 지적이 수긍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창무 한앙대 교수(도시공학)는 이번 대책과 관련, “다주택자도 시장에서 고유 기능을 갖는다”면서 “모든 걸 투기로만 볼 수 없고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과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헌법학)도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막연히 다주택자라고 제재를 가하는 건 능력주의에 기반한 ‘실적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직업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어겨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는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제한(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 △비거주용 주택의 징벌적 과세와 장기공공주택 확충(공급 확대 및 투기수요 축소)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환급)으로 요약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