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5시 50분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임명을 재가했다. 전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이어 하루 만에 제1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장관 임명을 또 강행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경협 이면합의·편입학 등의 의혹을 들어 박 원장의 임명 유보를 요청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박 후보자 임명 재가는 국회의 청문보고 채택 후 3시간 30여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박 장관 임기는 29일부터 시작된다.
4·15 총선으로 176석의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한 것은 이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거대 여당이 행정부 견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다시 제기된다.
김병기 의원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문서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조기에 밝혀질 상황도 아니고 거기에 대해서 박 후보자 본인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에서도 출처에 대해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합의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의서를 공개한 주 원내대표는 출처에 대해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이 사무실에 (해당 문건을)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청문회 때 문제 삼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임명하면서 사전에 (이면 합의서 문제를) 걸렀는지 안 걸렀는지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 원내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 후보자 측은 “당시 대북 특사단에 문의했더니 ‘전혀 기억이 없고 사실이 아니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성사시킨 대북 특사단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다. 위법성을 검토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창훈·박현준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