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올해 말까지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 대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28일 엄포를 놨다.
이 지사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경기도 부동산 주요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제한(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 △비거주용 주택의 징벌적 과세와 장기공공주택 확충(공급 확대 및 투기수요 축소)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환급) 등이다.
이 가운데 고위 공직자에 대한 다주택 처분은 경기도가 처음이며, 2급 이상 공직자에게 권고한 정부안보다 강력한 조치다. 부득이한 사유로 다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내 해소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내년 인사 때부터 주택보유 현황을 승진·전보·성과·재임용 등 각종 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각종 인사상 불이익이 주어진다. 경기도는 최근 인사에서도 일부 다주택 고위 공무원을 승진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시장은 심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 이해 관계자가 정책 결정에 관여하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며 “부동산 백지신탁제 입법만을 기다릴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투기·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를 두고 조직 내부에서는 ‘권고라고 하지만 인사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개인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내부 반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 등 민생과 맞닿은 현안에 대해 연일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대선 행보를 가속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유튜브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던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을 떠올리며 “지금 와서 보니 내가 좀 싸가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친문 지지자의 반감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당시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 지지층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지사는 방송에서 “어느날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혹시 되는 것 아닐까’ 했다. 뽕(마약)이라고 그러죠. 잠깐 회까닥했다”면서 “맞아봐야 정신이 든다고,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좋은 경험도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또 이 지사는 “경기도 도정만 맡는 것도 만족한다. 더 큰 역할을 굳이 좇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회가 돼서 맡겨진다면 굳이 피할 일도 없는 것”이라고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