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소녀상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조형물’… 외교적 논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28일 설명했다. 연합뉴스

 

일본 주요 언론들은 29일 남성이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돼 한일 양국 간에 외교적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형물은 한국자생식물원에 ‘영원한 속죄’라는 작품명으로 설치됐다.

 

이 조형물은 국내 한 언론 보도를 본 일본 인터넷 매체들이 지난 26일 해당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일본에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커지자 28일 오전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한 나라 행정 수반에 대해) 국제 예의상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논란이 커졌다.

 

스가 장관은 이 “조형물이 한국에 설치된 것이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본 언론은 29일 지면을 통해 사진과 스가 장관의 전날 논평을 전하면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의 말을 전했다.

 

김 원장은 일본 언론에 “한국에 소녀상이 많지만 책임 있는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의 상을 만들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조형물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가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자에 대한 국제적 예양(禮讓, 국가 간에 행하는 예의)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외무성 간부가 출입 기자단에 기분 좋은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이 모욕당한 것과 같다’는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인터넷상에서 “대립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올 8월로 예정됐던 제막식이 취소됐지만 조형물 자체는 자생식물원에서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나카야마 야스히데 자민당 외교부회장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행위다. 민간 영역의 일이라고 하지만 간과할 수 없고, 한국 정부에도 관리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한일 관계가 이번 논란으로 한층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국제 의례상 허용할 수 없다’는 스가 장관의 전날 발언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한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모두가 한국이 지독한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