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행보 가속… '잠룡' 원희룡·이낙연 잇달아 회동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휴가를 맞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으로 족쇄를 푼 뒤 정책 입안을 내세워 여의도 공략에 나선 상태다.

 

이 지사는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를 찾아 기본소득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그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복지적인 성격을 띠는 경제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국회의원과 이 지사가 주도해 만든 이 포럼은 조만간 기본소득법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참석했다. 원 지사는 “실현 가능한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내느냐가 궁극적 고민”이라며 이 지사와의 협력을 다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도 만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의 만남은 당장 당권 레이스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내에선 이 지사의 지지세력이 김부겸 전 의원과 이 의원 중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날 만남은 이 의원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앞서 경기도청사에서 이뤄진 김 전 의원과 이 지사의 만남을 이 의원 측이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 지사는 몸을 잔뜩 낮춘 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무죄 판결 직후 낸 메시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하시는 일과 민주당이 지향하는 일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이달 2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싸가지가 없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일주일간 여름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민 여러분께 휴가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계곡도 불시에 둘러보고 교외도 좀 다녀오면서 모처럼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정 구상도 접어두고 그냥 푹 쉬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못 봤던 책과 영화도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측근들은 “코로나19 등 재난상황을 고려해 (이 지사와의) 비상연락망을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라며 “이 지사는 취임 이후 재판 등으로 제대로 된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마음의 짐을 벗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참모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