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촌극 빚은 한동훈 유심 압수수색, ‘보여주기식’이었나

분석 1∼2주 걸리는데 3시간 만에 돌려줘
지난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왼쪽)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오른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현직 검사장을 상대로 한 몸싸움 촌극 끝에 압수한 휴대전화 유심(USIM)을 3시간여 만에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유심 분석에는 1∼2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한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앙지검 수사팀의 조급함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도 있다.

 

30일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전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분석한 뒤 같은 날 오후 4시쯤 돌려줬다. 수사팀이 본격적인 압수수색을 집행한 시간이 한 검사장의 변호인이 도착한 오후 1시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심 분석에 3시간이 채 안 걸린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유심 분석에는 보통 1∼2주가 걸린다. 이를 두고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유심에서 특정 자료를 찾으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에는 유의미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날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변호인을 부르려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한 검사장을 ‘덮치면서’ 몸싸움 시비가 일었다. 한 검사장 측은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면서 몸 위로 올라타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뜨린 뒤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부장 측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 것이 증거 인멸 시도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애초 수사팀은 전날 오전 한 검사장을 소환 조사하고 유심을 임의제출 받을 예정이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압수수색에 나섰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모습. 전날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와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 간 벌어진 몸싸움 촌극으로 논란이 일었다. 뉴시스

한 검사장 측은 재차 입장을 내 “수사 검사들이 다수 보는 상황에서 뭐든 지운다면 구속 사유가 될 텐데 그런 행동을 하겠나”라며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잠금 해제를 시도한것이 어떻게 증거인멸 시도 또는 압수수색 거부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팀에서 당시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장면과 일부가 한 검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는 뜻을 표시하는 장면 등이 녹화돼있다”고 부연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고검은 정 부장에 대한 감찰 절차에 착수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전날 압수수색 당시 벌어진 촌극이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 측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 전문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한 검사장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등으로 궁지에 몰린 중앙지검 수사팀의 조금함을 드러낸 것이란 평도 나온다. 검언유착은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찾아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캐물으면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압박을 했다는 의혹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의혹 수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 간, 대검찰청과 중앙지검 간 갈등이 표출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