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으로 아파트 전월세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집주인들은 서둘러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계약 종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집주인들 연락을 피하면서 법 시행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서울 전셋값은 7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인, 찬성 185인, 기권 2인으로 통과시켰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을 줘 ‘2+2년’ 거주를 보장하고 재계약을 할 때 기존 전월세의 5% 이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공포한다는 방침이어서 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집주인의 위장전입이나 실거주 입증, 이중계약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조항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조항과 사례가 빨리 현장에 전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리면서 서울 전셋값은 지난 1월6일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월세 물량 잠김현상이 생기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은 더욱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27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17% 상승해 지난주(0.1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서울 전셋값 상승세는 강동구(0.28%)를 비롯해 강남구(0.24%)·서초구(0.18%)·송파구(0.22%) 등 강남 4구가 주도했다.
강동구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아파트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전셋값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8㎡는 지난달까지 7억원 안팎에 형성됐던 전셋값이 현재는 8억원부터 시작한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래미안 84.9㎡는 3월 11억원 수준이던 전셋값이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지금은 보증금 13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대치동에 전세로 살던 분들이 쫓겨나 이 근처까지 밀려온 경우가 꽤 있다”며 “대부분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전세를 비워 달라고 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밖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의 영향으로 충청권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세종시 전셋값은 2.17% 올라 지난주(0.99%)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름폭이 가팔라졌다. 대전은 이달 첫째주 0.19%였던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주 0.35%, 이번주 0.33% 급등했다.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 중 나머지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를 다음 달 4일 열리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법무부가 상가건물 임대차와 관련한 업무를 부동산 정책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월세신고제를 제외한 조항 시행시기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안이 시급한 만큼 내일(3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 바로 공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세준·장혜진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