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이어 개신교계도 노동조합 설립 추진

종교인의 목회는 노동일까, 아닐까. ‘노동’이란 단어와 다소 멀게 느껴지는 종교계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돼 눈길이 쏠린다.

 

31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최근 교회와의 갈등으로 해고 등을 겪은 부목사와 법률가, 노동운동가, 신학생 등 10여명 인사들이 모여 ‘전국민주기독노동조합 추진위원회(가칭·추진위)’란 단체를 꾸리고 노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비종교인들은 의아할 수 있겠으나 통상 교회와 1년씩 계약을 맺는 부목사를 비롯해 전임·교육전도사, 사무장, 찬양대 지휘자, 반주자 등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추진위는 이런 인원이 전국적으로 30∼4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별다른 조직이 없는 실정이다. 교회 사역을 노동으로 보지 않으며 노조에 거부감을 갖는 시각이 교계에 팽배한 탓이다. 예컨대 국내 양대 개신교단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경우 교단 헌법 시행 규정을 통해 교회 직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며 직원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차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교계에 속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조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측과 노조 설립과 가입 문제 등을 놓고 협의 중다. 이르면 8월 말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진위는 보고있다.

 

추진위는 노조 설립 외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등 교계 내에서 부조리하다고 판단되는 일들에도 적극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도 지난해 인천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축복을 한 목사의 행위를 ‘반기독교적 행태’로 규정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미 대법원은 2014년 “목사도 노동자”라고 확인한 바 있다. 폭행시비에 휘말렸다가 교회에서 해고된 부목사가 낸 해고 무효소송에서 “해당 목사와 교회는 근로기준법상 고용관계로 볼 수 있으며 교회 측이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는 등 해고 자체가 무효”라며 미지불 임금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에서도 2018년 9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산하 조계종지부’가 설립돼 부당해고·정직 등을 받은 노조원들을 대신해 종단 측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