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캠핑을 하면서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이민석(34)씨는 아들과 함께 곧잘 캠핑장을 찾는다. 이씨 가족은 결혼식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달에 두 번꼴로 강원도 인제군에 소재한 캠핑장에서 1박2일을 지내다 온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아이와 돈독한 유대감도 쌓인다.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캠핑 문화가 물을 만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캠핑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성시대가 열린 듯하다. 해외여행 기회가 막히고 비대면 여가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캠핑으로 수렴되고 있다. 콘도나 리조트 등 다중이용시설보다는 거리두기가 수월하고 가족 단위로 휴가·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게 캠핑의 장점이다.
이씨는 31일 “그동안엔 펜션과 리조트를 많이 갔지만 감염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캠핑을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언택트시대, 직접 만드는 음식에서부터 잠자리, 이동 등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캠핑은 자신만의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백패킹을 비롯해 오토캠핑(캠핑장 이용), 글램핑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일반인이 가족과 함께 즐기기엔 오토캠핑, 차박(차량 숙박), 캠핑카가 무난하다.
신혼인 공찬규(34)씨 부부도 캠핑족에 속한다. 도시 생활에 젖었던 공씨는 “친구의 소개로 캠핑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캠핑장비를 싣고 주말마다 전국의 캠핑장을 돌아다니는 기분은 상상 이상”이라며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캠핑장을 찾는 것보다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좀더 안전한 캠핑카 이용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공씨는 올해 안에 캠핑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사례에서 보듯 캠핑장에서도 코로나 감염 가능성은 존재한다. 정부당국에서는 텐트 내와 같은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가급적 가족 단위로 안전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서 확인되는 캠핑문화 확산
캠핑 문화는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캠핑카 등록대수는 2만5000여대다. 2011년에 비해 19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캠핑 인구는 6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늘어났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2018년 한 해 403만명으로, 2017년 301만명 대비 102만명(33.9%)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등록 캠핑장 수는 1900개, 2017년 1851개 대비 49개(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KL사회공헌재단이 발표한 2018 캠핑산업현황 통계조사에서도 팽창하고 있는 캠핑 산업 규모가 확인된다. 2018년 기준 2조6000억원으로, 2017년 2조원 대비 6000억원(32.1%)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장은 주로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젊은층의 경우 친구들끼리도 곧잘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강원도 평창군 소재 흥정계곡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최근 대가족이 함께 캠핑장을 방문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캠프 관련 단체들의 한 조사에 따르면 캠핑 동반자로는 가족(61.6%)이 친구(16.6%)나 연인(12.5%)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캠핑을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35.9%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휴식을 위해서(31.5%),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서(21.4%) 순으로 나타났다.
숙박 형태로는 일반텐트(77.8%), 카라반(8%), 특별한 선호 형태 없음(5.4%), 글램핑(4.6%)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텐트의 경량화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텐트를 사용하는 캠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캠핑장에 여성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제 캠핑장에서 홀로 다니는 1인 여성 캠퍼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최근 오토캠핑에 푹 빠진 김지연(28)씨는 “서울에서 사람에 치이는데 굳이 캠핑까지 누구와 함께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장비의 설치와 정리도 편하고 오토캠핑이라 차량으로 이동해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해진 캠핑장과 위생상태도 김씨가 나홀로 캠핑을 선택한 이유다. 그녀는 “캠핑장마다 관리자가 사이트(텐트를 치는 공간)를 시야에 두고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고, 위생도 점차 좋아지고 있어 향후에도 캠핑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핑장에서도 거리두기 필수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캠핑산업은 여행 문화의 총아로 거듭나고 있다. 한때 겨울철 인기를 끌었던 스키 등을 떠올리게 한다. 언택트 시대에 캠핑은 자신과 가족들만의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활용해 코로나19의 전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캠핑장으로 이동해 텐트와 가구를 배치하고, 음식까지 직접 조리하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많은 캠퍼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캠핑에 발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욱진(36)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야외활동을 할 수 없어 고민하다 유튜브를 통해 캠핑을 접했다”며 “지금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캠핑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텔이나 펜션도 결국 사람이 관리하는 일이라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감염 위험성이 있다”며 “캠핑장 중에는 안전을 위해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개별로 쓰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캠퍼들의 급증은 캠핑 관련 기업의 매출 상승에서 잘 나타난다. 롯데마트가 지난 6월1일부터 7월25일까지 전년 대비 캠핑용품 매출을 살펴보니, 의자와 테이블 등을 포함한 ‘캠핑 퍼니처’가 103.7%, 침낭, 매트리스 등을 포함한 ‘캠핑 침구’가 37.6%, ‘텐트’가 55.4%, ‘캠핑취사’가 75.5% 성장했다.
하지만 캠핑장이라고 해서 공용으로 생활하는 화장실과 샤워장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26일 강원도 홍천의 야외 캠핑장 같은 구역에서 가까운 거리를 두고 캠핑한 6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재 감염이 일어난 곳을 캠핑장으로 추정하면서 이들 확진자를 캠핑 모임 집단발병 사례로 분류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휴가철 캠핑을 통한 집단감염 사례는 앞으로도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 또 다른 유행이나 확산을 낳을 수 있다”며 “여름 휴가지에서는 야외라고 하더라도 3밀(밀폐·밀집·밀접)의 환경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