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서울 서초갑)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표결을 밀어붙인 일명 ‘임대차 3법’을 비판하며 한 연설을 두고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 의원의 연설을 “이미지 가공”이라며 깎아내렸다 외려 비난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윤 의원이 얼마 전까지 2주택자였고 현재도 1주택 소유자라는 점을 지적했으나 정작 본인은 3주택자라는 점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이뿐 아니라 박 의원이 윤 의원 연설에 대해 언급하며 쓴 ‘이상한 억양’이란 표현을 놓고 ‘지역 비하’ 논란도 일고 있다.
박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의원, 글쎄요”라며 “일단 (윤 의원이) 임차인을 강조했는데 소위 오리지날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의원은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이라며 “마치 없는 살림의 평생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를 가공하는건 조금…”이라고 비꼬았다. 윤 의원은 서울 성북구와 세종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가 최근 세종 아파트를 매각하고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윤 의원의 연설 자체가 아닌 윤 의원의 주택 보유 현황에 초점을 맞춘 공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한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윤 의원의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연설은 임대차 3법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대로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의원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 것을 우려하면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문제를 점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윤 의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이라고 되물으며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갭투자로 빚 내서 집을 장만해 전세준 사람은 더하다”며 “어찌됐든 2년마다 쫓겨날 걱정, 전세금과 월세를 대폭 올릴 걱정은 던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언론의 극찬? 일단, 의사당에서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을 안 쓴 채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에서 귀한 사례이니 평가한다”고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통합당은 박 의원의 이 표현이 특정 지역 폄하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합당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박 의원의 글은) 마치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듯 들린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이 윤 의원에게 마치 연설의 ‘자격’을 따지고 나서는 듯한 말을 한 데 대해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윤 의원이 너무 뼈를 때리는 연설을 했는지 박 의원답지 않은 논평을 했다”며 “논리가 부족할 때 가장 쉽게 쓰는 공격 기술이 ‘메신저 때려 메시지 물타기’인데, 박 의원이 그런 기술을 쓰는 건 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박 의원은 대전 아파트와 경남 밀양의 건물, 대구의 주택·상가를 보유 중”이라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