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여당 원내 사령탑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극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일은 그가 176석 '슈퍼 여당'의 컨트롤타워 자리를 꿰찬 지 88일째. 그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집권당 대표도 아닌 원내대표가 "나라를 들었다놨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권에 전례 없는 파문을 낳았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18석을 독점하는 것부터가 87년 민주화 이후 없었던 일이다.
물론 여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갖는 조건으로 여야 몫으로 '11 대 7'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을 미래통합당이 거부한 결과이긴 했다.
의회 독주라는 우려 속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설득하려고 강원도 고성까지 찾아간 그는 자신의 타협안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후 거의 모든 현안에서 정면 돌파라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 1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인 3차 추경을 밀어붙였고, 집값 불안으로 민심이 끓어오르자 부동산 과열을 일거에 식히는 초강도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군사 작전하듯 부동산 관련 입법을 상임위에서 처리했고,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곧바로 본회의 문턱을 넘자마자 시행에 들어갔다.
행정수도 이전도 사실상 김 원내대표의 독자 구상이다.
이해찬 대표가 "깔끔하게 가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우려를 전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내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밀어붙이기를 택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좌절된 국정원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도 가을 정기국회에서 '속도전'으로 해치울 태세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를 두고는 기대와 반발이 교차한다. 여권에서는 "속이 다 후련하다"는 호평이, 야권에서는 "협치 실종의 장본인"이라는 악평이 쏟아진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 회의는 당정협의, 본회의는 민주당 의원총회와 다를 바가 없다"며 김 원내대표의 행보가 '독불장군' 식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지난 총선의 민의는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라는 것"이라며 뜻한 바를 밀고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