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천둥, 폭우가 함께하다가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가 쨍하게 뜨는 등 장마 막바지에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사람들 마음도 뒤숭숭해진다. 일명 ‘여름철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철 우울증은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 일종으로,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 또는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불린다. 계절성 우울증은 가을과 겨울에 자주 발생한다.
우울증 환자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광선치료, 약물치료, 정신요법 등 치료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
광선치료는 밝은 빛을 쏘아 장마철 부족한 일조량으로 생긴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라이트 박스 형태의 기구가 쓰이는데, 아주 밝은 빛(1만 lux)을 사용한다. 평균 가정집 조명의 25배가량 밝기다. 일조량 부족으로 생긴 우울증은 계절이 바뀌면 호전될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다. 아직 우울증에 특효인 약은 없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우울증 치료 약을 먹기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약의 복용으로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계속 복용해야 우울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정신요법은 부정적인 사고를 다스리는 방법과 함께 우울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치료법이다.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정신분석, 대인관계치료 등이 있다.
환자는 부정적인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우울증은 자존감 저하, 인생에 대한 허무함 등의 감정변화를 불러온다. 이 경우 성급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여름철 우울증은 계절과 연관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은 신체 생리학적으로 엔도르핀과 모노아민의 변화를 유도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인 코르티솔의 수준을 낮춰 기분을 좋게 한다.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에게 함께 있어 주는 것, 함께 해주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것은 없다.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에게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이때 특별한 대화법이 필요하지 않다. 단순하게 “맞다” “어머나” “그랬구나”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거들어 주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