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인기앱 ‘틱톡’… 美·中 첨단기술전쟁 ‘불똥’

트럼프, 사용 중단 압박에 MS ‘美 사업체’ 인수 불투명
바이트댄스·MS, 매각 협상 중단… 참모진은 MS의 틱톡 매입 지지
미국내 사용자 1억명에 이르러… 틱톡 전면 금지땐 사용자들 반발
트럼프 대선전략에도 불리할 듯
중국의 동영상 소셜미디어 앱 틱톡의 로고(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미국 내 사업을 전면 매각하기로 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국 내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중국 동영상 소셜미디어 앱 틱톡이 결국 미국과 중국 간 첨단기술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용 중단 조치 압박에 미국 내 사업체 전면 매각을 결정하고 미 기업과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상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제동으로 중단되면서 매각도 불투명해졌다. 중국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틱톡 매각 협상 중단… 불확실성 고조

 

MS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거래에 제동을 걸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이 보도했다. 바이트댄스와 MS는 당초 1일까지 틱톡 매각 조건에 관한 협상을 마치고, 2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에 1일 중 서명하겠다고 밝혀 MS와 바이트댄스 간 협상이 중단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1일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비상경제권법’을 발동하거나, 별도의 행정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이 향후 3년 이내에 미국에서 1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이트댄스 소유주인 장이밍은 당초 틱톡 매각 시에도 소수 지분을 유지하려 했지만, 자신의 모든 지분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참모진은 MS의 틱톡 매입을 지지하고 있다. MS의 틱톡 매입이 양측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음악을 입힌 짧은 동영상 공유앱인 틱톡은 미국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 하루 활성 이용자만 8000만명에 달한다. 협상이 성사되면 MS는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가 20억건에 이르는 인기 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내 사업이 어려워진 바이트댄스도 쫓겨날 위기에 사업을 적정가에 매각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만 결심하면 양측 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기 앱인 틱톡을 전면 금지하면 미국 사용자들의 반발할 것이고 이는 트럼프 대선 전략에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 “반드시 역효과 있을 것”반발… 시진핑, “군·국방 현대화 진전”강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에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IT 애널리스트 류딩딩은 “미국 시장에 대한 세계 기업의 신뢰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쑨리젠 푸단대학 금융연구센터 소장도 “틱톡 사태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중국 회귀 추세를 가속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재선을 위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틱톡을 정치적으로 탄압하면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중간 충돌이 무역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장과 티베트 지역 소수민족 인권문제, 홍콩과 남중국해, 대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군과 국방력 현대화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미·중 간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결국 최후의 수단은 군과 국방력이라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수도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5차 연례회의의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집단 학습을 주재하면서 “올해 중국은 2020년 국방과 무력 강화라는 목표와 임무를 달성하고, 국방과 군대 현대화를 기본으로 완성할 것”이라며 “중국군을 세계 수준의 군대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2일 전했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와 중·인도 국경 지역 및 대만 해협 등에서 실시된 군사훈련 소식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첫 화성탐사선 톈원 1호를 쏘아올리며 우주에서도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워싱턴·베이징=국기연·이우승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