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장맛비… 사흘간 물폭탄 사망·실종 25명

곳곳 수해 초비상

3일 오전 충남 천안과 아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오후 아산시 온천대로 온양관광호텔 사거리 도로가 침수됐다. 독자 제공, 뉴시스

지난 1일부터 사흘 동안 내리 쏟아진 ‘물폭탄’으로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오는 13일까지 중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계속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이날만 오후 8시 현재 경기 평택과 가평에서 3명씩 6명이 숨졌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사람도 경기 포천(1명)과 가평(2명), 충남 아산(3명)에서 6명이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49분 평택시 청북읍 후사리 한 반도체 장비부품 제조공장에선 건물 뒤편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가건물로 지어진 천막을 덮쳤다. 소방당국은 사고 후 1시간여 만인 낮 12시30분쯤 토사에 갇혀 있던 A(50)씨 등 근로자 4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30대 근로자 3명은 끝내 숨졌다.

오전 10시37분 가평읍 산유리에선 산사태에 따른 토사가 펜션 사무동을 덮치면서 펜션 주인(여·65)과 딸(37), 손자(3), 직원 1명(40대 베트남인)이 매몰됐다. 오후 6시 현재 주인 일가족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밭에 나갔다 급류에 휩쓸린 가평군 청평면 농민(75) 등 이날 실종자도 5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 수 있다. 이로써 1∼3일 사흘간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따른 사망·실종자는 25명으로 늘었다.

3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 토사가 덮쳐 소방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경기·충북·강원에서 591가구 91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산사태와 하천·제방 범람, 주택 침수 등으로 일시 대피한 인원은 이 지역에서 1712명에 달했다. 시설물 피해로는 주택 356채와 비닐하우스 146동이 물에 잠겼다. 산사태는 126건, 하천·저수지 범람은 37건 발생해 도로와 교량 527건이 파손됐다. 농경지는 2329㏊ 침수됐다.

전국 20개 댐 중 충주댐과 대청댐 등 12곳이 밀려든 물을 감당하지 못해 방류하면서 경기 여주 청미천과 복하천, 남양주 왕숙천, 포천 영평천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심각)로 격상한 중대본은 잇달아 집중호우 대처 및 피해 상황 긴급점검 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인명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제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5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3∼5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 강원영서, 충청북부, 서해5도 지역이 100~300㎜(많은 곳은 500㎜ 이상), 강원영동, 충청남부, 경북북부 지역은 50∼100㎜(많은 곳 150㎜ 이상)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지방은 13일까지 줄곧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송민섭·남혜정·박현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