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대성당… ‘이슬람의 유산’ 종탑도 우뚝 [박윤정의 hola! 스페인]

⑨ 세비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세비야 대성당
콜럼버스의 관 메고있는 스페인 왕들의 동상도 눈길
스페인 광장, 규모·아름다움에서 가장 뛰어나
대성당의 외부 풍경들. 아름다운 히랄다 탑이 서있다. 높이 98m를 자랑하는 거대한 종탑으로 원래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의미하는 미나레트였다. 성당 건축 당시 너무 아름다워 부수지 않고 정상에 거대한 종과 십자가만을 설치했다고 한다.

 

세비야 대성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부의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에 먼저 압도당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다시 한 번 탄성을 짓게 된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과 브라질의 아파레시다 성모발현 국립대성당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성당 내부에는 5개의 예배공간이 있다. 각각의 제단은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스테인드 글라스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빛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특히 성당 중앙에 위치한 주제단은 섬세하고 정교한 고딕양식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며 주변에 배치된 황금빛 조각 작품들은 화려하면서 제단의 위엄을 더욱 높여주는 듯하다.

성당 벽면에는 무리요의 ‘성 안토니오의 환성’ 등 아름다운 성화들과 위엄 있는 성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엄청난 규모의 파이프오르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천상의 소리를 들려줄 듯한 위용을 자랑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콜럼버스가 항해를 떠나기 전 미사를 드렸다는 제단과 네 개의 동상이 메고 있는 거대한 콜럼버스의 관이다. 관을 메고 있는 동상은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2세 등 스페인의 역대 왕들이라고 한다. 콜럼버스는 자신을 아메리카 대륙에 묻어달라고 했다지만 유해는 스페인 왕들에 의해 세비야로 돌아와 대성당에 보관되었다고 한다. 관 안의 유골이 진짜 콜럼버스인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인물을 기념하고자 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대성당의 외부에는 아름다운 히랄다 탑이 서있다. 높이 98m를 자랑하는 거대한 종탑으로, 원래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의미하는 미나레트였다. 성당 건축 당시 너무 아름다워 부수지 않고 정상에 거대한 종과 십자가만을 설치했다고 한다. 나선형의 완만한 경사실을 따라 히랄다 탑의 전망대에 오르면 구시가지와 그 너머의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시야 사이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랜 전통의 도시가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슬람 모스크의 흔적은 오렌지 나무로 둘러싸인 조그만 샘에도 남아있다. ‘오렌지 나무의 뜰’이라고 불리는 한적하고 조용한 샘은 이슬람 신도들이 예배를 보기 전에 손발을 씻었던 장소라고 한다. 수백년 역사의 변화를 조용히 지켜봤을 샘을 보니 역사의 무게가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마리아 루이사공원 내부에 위치한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

 

세비야 대성당을 나와 20여분을 걸으니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이 맞아준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 내부에 위치한 스페인 광장은 1929년에 개최된 라틴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된 공간으로 세비야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의 작품이다. 스페인이 배경인 드라마나 각종 여행 관련 방송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광장이다. 반원형의 광장 정면에는 적갈색의 웅장한 시청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양옆으로 히랄다 타워를 본떠 만든 아름다운 탑이 서 있다. 건물과 광장과의 경계에는 인공운하가 흐르고 있고 그 위에는 통일 이전 스페인의 네 왕국을 상징하는 4개의 다리가 놓여있다. 각각의 다리는 아름다운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건물과 하늘이 물 위로 비치며 광장의 운치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광장의 한켠에는 이슬람 양식의 타일로 장식한 벤치가 눈길을 끈다. 벽면에 스페인 각지의 도시들이 모자이크로 묘사돼 있다. 스페인의 곳곳에 스페인 광장이 있지만 세비야의 광장은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비아 대성당의 외부 풍경

광장을 나와 다시 마리아 루이사 공원 속으로 들어간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은 세비야가 자랑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도심 속 녹색 공간 중 하나라고 한다. 지역 사람들이 소풍이나 산책, 간단한 스포츠를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여행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공원 안에는 에르난 코르데스 거리와 피사로 거리 등 2개의 아름다운 산책로가 교차하며 가로지르고 있고, 곳곳에는 아름다운 조각상,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공원은 조용히 걷기에도 좋지만 4륜마차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화창한 날씨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차를 타고 있노라면 공작부인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세비야의 구시가지 곳곳에는 말이 끄는 사륜마차들이 관광객을 맞아준다.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시내 곳곳의 관광지를 마차로 둘러볼 수 있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