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5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는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사진)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이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과의 관련성을 언급하지 않은 건 두 사람이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측을 협박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여권 인사들의 철저한 수사 필요성 강조,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 갈등에 더해 부장검사와 검사장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진 수사다.
검찰은 그간 앞선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에 직면한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검사장의 공모 여부 적시를 놓고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 갈등이 있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수사 잡음은 기소 당일에도 일었다. 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 등을 기소했다는 공보 문자를 취재기자들에게 오전 10시6분 전송했다. 대검에 수사결과를 보고한 시간은 오전 11시40분쯤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팀이 수사결과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리 보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느 국가기관이든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전 내부 논의와 보고를 거치는 게 당연하다. 검찰총장이 언론을 통해 수사결과를 듣는 상황이 벌어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휘하면서 수사 결과만 보고받도록 했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임검사도 사건을 최종 처분하기 직전 총장에게 결과를 보고한다”며 “사건의 특수성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공보 전에는 보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애초에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었으므로 공모 적시를 못한 것도 당연하다”며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왜곡해 부르는 걸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수사팀의 비협조 주장에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응했다”고 반박했다. 또 의혹을 처음 제기한 MBC 및 이른바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공개된 재판과정에서 ‘강요미수죄’의 증거관계와 법리를 적극 다툴 예정”이라며 “최근 대법원 판결 무죄 취지를 종합하면 본건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도형·김청윤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