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어려움이 닥치자 류현진은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의 본능을 끄집어냈다. 그는 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안타는 1개만 허용하고 삼진을 8개나 잡아내며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류현진은 2-0으로 앞선 채 마운드를 내려왔고 토론토는 2-1로 승리했다. 시즌 1패 뒤 첫 승이자 이적 첫 승. 8.00이나 됐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5.14로 크게 떨어뜨렸다. 류현진은 또 개인 통산 승수를 55승(34패)으로 늘려 김병현(54승60패 86세이브)을 밀어내고 박찬호(124승98패)에 이어 역대 코리안 빅리거 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머리를 짧게 깎으며 심기일전한 류현진은 1회 첫 상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에게 볼넷을 허용해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곧바로 견제구로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바꾼 것이 호투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오른손 타자만 8명을 배치한 애틀랜타 타선을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돌려세웠다. 이날 8개의 탈삼진 가운데 6개의 결정구가 체인지업이었다. 여기에 슬라이더성 컷 패스트볼(커터)도 위력적이었다.
현지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공식적으로 도착했다”면서 “체인지업이 뛰어났고, 슬라이더가 날카로웠으며, 직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토론토가 류현진과 4년 80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오타와 선은 “안정적이고 완벽한 제구를 갖춘 최고의 모습을 소환해 승리를 이끌었다”며 류현진의 부활을 반겼다.
류현진도 “지난 경기보다 체인지업, 직구, 커터 등이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단 “구속도 지난 등판보다는 올랐지만, 예년 수준만큼 좋아져야 한다”며 보완점도 덧붙였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45㎞로, 직전 워싱턴 내셔널스전의 시속 142㎞보다 3㎞ 정도 빨라졌지만 자신의 빅리그 평균인 시속 146.5㎞에는 미치지 못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