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 1주일도 안 돼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밀어붙이더니 허점들이 엿보이자 땜질 처방하는 식이다. 전세 가격을 올릴 길이 막힌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전월세전환율을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집주인을 처벌하겠다는 발상까지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여권이 충분한 검토 없이 시장 논리에 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가 시장 혼란과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현행 4%(기준금리+3.5%)로 돼 있는 법정 전월세전환율을 2%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비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강제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정부·여당이 전세에 이어 월세 가격까지 정부의 통제 아래 놓으려 하자 반시장적인 부동산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부당한 거래를 막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거래당사자의 자유로운 계약 자체를 통제하는 건 헌법의 자유시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임대시장에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8·4 공급대책도 발표 직후부터 시장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등 후속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의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정비 조합의 참여를 독려할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용적률을 상향해 주택공급을 추가하기로 한 만큼 고밀화에 따른 기존 도시계획의 수정·보완은 불가피하다.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신규 택지 개발에 강력 반발하는 지자체장과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대안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론조사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3∼5일 전국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49.5%로 오차 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관리여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에서, 찬성 여론 43.5%보다 많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35.6%, 미래통합당이 34.8%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못해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진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8·4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기존에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고), 수요 억제 정책을 중심으로 관리해 오다 공급 정책으로 사실상 전환한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김민순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