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댐 사고현장 찾은 정 총리 “국민에 부끄럽다”…유족들 “세월호처럼 조사하라” 거센 항의

정 총리 “국민이 얼마나 실망하고 통탄하겠느냐” / 유족들 “총리 가족이 실종됐으면 이렇게 대처했겠느냐” / 사고 보트 탑승자 8명 중 1명 사망·1명 구조·1명 탈출·5명 실종
정세균 국무총리(앞줄 가운데)가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의암호 중도 부근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경찰당국 관계자에게 지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는 강원도 춘천 의암댐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현장을 찾아 “국민에게 부끄럽다”며 담당자들을 질책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로부터 “세월호 조사 때처럼 명백하게 경위를 밝히라”는 등 강한 항의를 받았다.

 

정 총리는 6일 오후 2시30분쯤 의암댐 사고 현장을 찾아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실종자를 구조하라”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내가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여러 번 주의를 환기해 달라는 얘기를 했는데, 정말 국민에게 부끄러워서 낯을 못 들겠다”며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게 대비하고, 필요하면 교육하라고 했는데 국민이 얼마나 실망하고 통탄하겠느냐”라고 담당자들을 질책했다.

 

아울러 “잘 좀 하라”며 “소방이나 경찰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수시로 이런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말 국민에게 부끄러워서 낯을 못 들겠다”고 거듭 탄식을 내뱉었다.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의암댐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현장인 신연교 수초섬 인근. 춘천=뉴시스

 

댐이 수문을 열었는데 인공 수초섬을 붙잡으려다 경찰정이 침몰한 데 대해 “그땐 떠내려가게 둬야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라며 “너무 기가 막힌다”고 질책을 이어갔다.

 

나아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할 가 없다”고 다시 일갈했다.

 

쓴소리를 이어가던 정 총리는 현장에서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들어야 했다.

 

“세월호를 조사할 때처럼 시간 스케줄대로 명백하게 가감 없이 밝혀 달라”, “총리 가족이 실종됐으면 이렇게 대처했겠느냐”, “이런 날씨에도 윗선의 작업 지시가 있었으니 현장 공무원들이 배를 띄웠을 것이다”, “야간 구조작업에서 왜 철수하느냐”, “녹을 먹는다는 분들이 부끄럽지도 않으냐. 부끄러운 나라” 등 쓴소리가 빗발쳤다.

 

이에 정 총리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고 창피스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한 실종자 가족이 “불을 켜고 (수색)할 수 있는 것은 해달라”고 요구하자 정 총리는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시를 적절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실종자 가족은 “(그럴려면) 여기에 뭐하러 왔느냐”며 “영혼 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지적했다.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소방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의암댐 인근에서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행정선과 민간업체, 경찰정이 출동했다가 상부 500m 지점에 설치된 와이어에 걸려 선박 3대가 동시 전복됐다.

 

이 사고로 탑승자 8명 중 1명은 숨졌고 1명은 구조, 다른 1명은 탈출했다. 현재까지 5명은 실종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춘천시 남면 서천리 경강교 인근에 긴급구조 통제단을 설치하고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6일 오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 북한강에서 소방대원들이 의암댐 선박 침몰 사고 실종자 야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사고가 발생한 춘천 의암댐부터 북한강을 따라 가평 청평댐까지 약 50㎞ 구간에서 소방과 경찰 등 인력 835명과 헬기 7대, 구조 보트 등 장비 69대 등이 투입돼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유속이 빠르면 지상의 헬기, 수면의 보트도 실종자를 발견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며 “유속도 빠른 데다 수중과 수면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7일 일출과 함께 재개되는 수색작업은 인력이 200명 가까이 충원된 1000여명 규모로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청평댐과 팔당댐 사이 인근의 소방 인력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어서 수색 인력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