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설계자, 검사장 달았다

이종근 남부지검 차장,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
박상기 법무장관 시절 장관 정책보좌관 역임해
조국 장관 밑에선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

‘이종근이 대체 누구야?’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떠돈 질문이다.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기용된 이가 바로 이종근 검사였기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선 “다단계 수사 전문가로 알려진 이가 무슨 검찰개혁” 하며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이종근(51·사법연수원 28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를 검사장급으로 승진시켜 대검찰청 형사부장에 임명했다. 대검 형사부는 그동안 대검 반부패·강력부 등에 가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검찰의 특별수사가 대폭 제한되고 일반 형사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실세 부서’로 떠오른 상태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연세대 법학교수 출신인 박상기 법무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검찰에서 ‘이종근 검사’ 하면 다단계업체 수사 전문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정도였다. 이는 그가 노무현정부 시절 서울동부지검 검사로 근무하며 제이유그룹 등 6개 다단계업체의 사기 혐의를 수사해 30여명을 구속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유사수신·다단계 분야의 1급 공인전문검사이기도 하다. 일명 ‘블랙벨트’로 불리는 1급 공인전문검사는 검은띠를 맨 무술 고수처럼 유사수신·다단계 분야에 관해선 ‘수사의 달인’이란 의미다.

 

이런 그가 2017년 8월 수원지검 부장검사에서 박상기 법무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옮기자 서초동 일대가 술렁였다. 검사들 사이에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청사진이 이종근 검사 머릿속에 다 있다더라”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는 지난해 법무장관이 조국 전 장관으로 바뀔 때까지 거의 2년간 박상기 장관과 호흡을 맞추며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 내정자.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관 정책보좌관을 마치고 인천지검 2차장검사로 옮긴 뒤에도 새로 법무부를 맡은 조국 전 장관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지난해 9월 법무부에 신설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은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조 전 장관이 주문하는 검찰개혁과 이를 뒷받침할 방안들을 빈틈없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여의도 국회와 증권가 등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1차장을 거쳐 이제 검사장 반열에 올라 전국 검찰청의 일선 형사부 업무를 지도·감독하게 됐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 발표와 동시에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 형사부장 내정자 발탁과 관련,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민생과 직결된 형사 분야의 공인 전문검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