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두 번째 검사장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사단’으로 불릴 만하거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거 승진했다. 검찰총장과 형식적으로는 협의 과정이 있었으나 윤 총장의 의견은 인사에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부장검사급인 대검 과장 이동까지 남아 있어 윤 총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줄세우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인사를 앞두고 대검에서 일한 인사들을 중용해 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특히 윤 총장은 윤대진(25기)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이원석(27기)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의 인사 필요성 의견을 냈으나 법무부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반면 윤 총장과 함께 대검에 입성한 뒤 지난 1·8인사 때 지방으로 밀려났던 검사장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추 장관 이후 첫 검찰인사 논란을 의식한 듯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의견 청취는 형식적인 행위에 그쳤고 결국 노골적인 검찰 장악에 나선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라면 중간간부급 인사도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대검의 수사지휘 부서 3곳 모두 순종하는 친정부 인사로 보임하고 지난 참모들은 여전히 한직에 내버려 뒀다”며 “줄 세우기와 윤 총장 힘빼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사장 인사에 이어 단행될 부장검사 인사에선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이 요직에 기용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인사를 ‘어인추’(어차피 인사는 추 장관 뜻대로)라고 평가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어인추’, 어차피 인사는 추 장관 뜻대로 가는 거였다”며 “검찰총장 패싱 인사였던 지난 첫 번째 인사 이후 추 장관이 이번엔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척했지만 역시 시나리오에 따른 연출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정필재·이창훈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