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2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현상이 강해져 전세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4조556억원이다. 이는 전월 대비 2조201억원(2.2%)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말에 비하면 13조6024억원(16.9%) 늘었다.
실제 전국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100.898(기준 100=2019년 1월 가격수준)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6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전세가격 상승 속도는 더욱 빠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102.437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고다. 지난해 12월(100.141)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약 2.3%가 올랐고 전년 동월(99.073)보다는 5.5% 높아졌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고가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한 반면 임대인들은 오히려 월세를 선호해 공급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예금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도 월세보다 수익률이 낮아지자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저축성예금 금리 평균은 연 0.88%다.
수요가 공급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세가격은 앞으로도 한동안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자연스레 전세대출 잔액도 증가하기에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연내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은행도 주택 전세가격은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고 봤다.
한은은 지난달 ‘주택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전망’을 묻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유경준 의원 서면 질의에 “주택 전세가격의 경우 하락요인보다 상승요인이 우세하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