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교장관, 한국 환영한다면서도…G11 확대 사실상 반대

康외교, 6개월 만에 해외로 독일에서 열리는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참석을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독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확대 구상과 관련 한국의 참여를 환영한다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장관과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제2차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G7 참여 여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G7 정상회담에 한국의 참석을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어떤 국가들이 (G7 확대에) 참여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G8이었던 러시아를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환영하지만, G11 확대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스 장관은 “러시아의 경우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휴전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평화가 정착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7 확대와 G20 체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심층적인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현 체제도 현실을 반영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모범을 보여줬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며 “마스 장관의 말대로 국제사회의 논의 틀 속에서 논의를 거쳐 진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과 마스 장관은 이날 대화에서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그린뉴딜 정책, 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 등에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강 장관은 또 마스 장관이 이번 전략대화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한국 등을 초청해 이를 G11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9월 중 대면회의 개최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아직 의장국인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초청국들에 구체적인 진행 여부를 알리지 않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이날 “미국이 (G7을 예정대로 9월 중 대면으로 개최할지) 결단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가는 9월 중 대면으로 정상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에 대부분 회의적이다.

 

지난 6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회의 개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9월로 회의를 연기하고 한국 등 4개국을 추가로 초청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면회의 개최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었다. 하지만 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만명을 넘기는 등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다.

 

올해 유엔총회는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화상으로 열린다. 당초 6월 열릴 예정이었던 G7 정상회의를 열 수 있는 시간은 9월 초·중순뿐이다. 이를 넘기면 미국 대선이 가까워진다. 한국, 호주, 인도 등 인도·태평양전략 대상국을 초청해 반중 전선을 강화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