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올가을 한국의 주요7개국(G7) 정상회담 참석 문제 등을 논의하고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부러 독일을 방문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결국 한국 등이 참여하는 확대 G7 회담은 연내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 또한 대선 이후로 이루는 등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미 대선 후에 개최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올해 G7 의장국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장국으로서 G7 정상회의를 9월 미국에서 개최하고 한국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G7 회원국(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외에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 브라질도 초청하고 싶다며 G7 체제를 주요11개국(G11) 또는 주요12개국(G12)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담을 뒤로 미루려는 건 당장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지율 면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큰 차이로 뒤지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재선과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1월 대선 전까지 어떻게든 선거운동에만 올인해 막판 역전극을 쓰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 대선 전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희망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그때 북한과 협상하겠다”며 북미 간 협상을 대선 이후로 미룬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하필 G7 회담 참석 문제 등을 조율하러 강경화 외교장관이 독일을 방문한 직후에 알려졌다. 코로나19 탓에 한동안 국내에 발이 묶여 있었던 강 장관의 갑작스러운 방독은 일본, 독일 등 기존 G7 회원국 일부에서 ‘G7을 확대한 G11 또는 G12 신설에 반대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독일 측에 한국 정부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려는 차원에서 성사됐다.
강 장관과 만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G7 정상회의가 개최될 경우 한국의 참석을 환영한다”면서도 “(G7 확대는) 국제사회의 논의 틀 속에서 논의를 거쳐 진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 차례에 한해 한국이 의장국인 미국 초청으로 G7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야 문제가 안 되겠으나, 트럼프 대통령 복안대로 G7을 G11 또는 G12로 확대하면서 한국을 그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담 자체를 대선 이후로 연기할 뜻을 표명하면서 문 대통령이 9월 G7 확대 정상회담 참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이래저래 강 장관으로선 코로나19를 무릅쓰고 단행한 방독 성과에 아쉬움이 크게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