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소비재 호감도 ‘쑥’… “中·日 틈새시장 노려라” [한국경제, 신남방에서 길 찾다]

‘한류’ 통하는 태국 시장 공략 어떻게

태국은 ‘미소의 나라’, ‘관광국가’ 등으로 인식돼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연간 관광객이 3800만명에 달한 만큼 관광 대국이 맞지만 시장 규모 역시 작지 않은 수준이다.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중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다.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12위로, 아세안에서는 1위다.

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태국 투자청의 국가 통계청 인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태국 인구는 전년 대비 0.23% 증가한 6656만명이고, 평균 연령은 39세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인구는 11.82%에 달해 노동력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중산층이 늘면서 소비재, 외식업, 교육 분야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의 40% 이상이 게임인구에 해당할 만큼 게임 등 콘텐츠, 소비재 산업의 진출 여지가 크다.



◆‘한류’ 통하는 태국, 일본·중국 틈새 노려야

11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으로 한국 상품의 선호도가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 콘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이 화장품, 한식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상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대가 비싸지 않은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화장품 등 소비재의 경우 한국식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에 중국산, 태국산 제품과 광고에 한국어를 표기해 한국 상품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바이어는 대체로 서유럽·일본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한다. 반면 중국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제품이나 대만 제품은 가격과 품질이 모두 우수하지만 뚜렷한 장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제품의 사양, 성능,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등 경쟁국 대비 차별화된 장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태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은 다양하다. 일례로 ‘더 비빔밥’은 2011년 태국에서 창업한 한식전문점이다. 지난달 기준 태국 내 대형쇼핑몰 등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태국 5대 슈퍼마켓 체인에 도시락을 납품하고 있다. 더 비빔밥은 한식 고급 브랜드화와 한식 인지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 역내로 수출하기 위한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2012년 태국에 메신저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뒤 태국의 대표적인 SNS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라인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태국 소비자의 필요에 따른 각종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출시된 배달 서비스 ‘라인맨’이 대표적이다. 라인맨은 모두 5만여 곳의 음식점과 제휴해 출시 1년 만에 태국 배달 서비스 1위에 올랐다.

라인은 태국 금융 시장 진출에도 눈을 돌렸다. 라인 태국법인은 지난해 태국 최대 은행인 카시콘은행과 ‘카시콘 라인’을 합작으로 인터넷 은행 설립을 준비 중이다. 라인은 또 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 라인 페이, 쇼핑 플랫폼 라인 쇼핑, 영상 콘텐츠 플랫폼 라인 TV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9 방콕 한류박람회’ 모습. 코트라 제공

◆코로나19로 더욱 커지는 태국 게임시장

태국을 기반으로 하는 유명 게임 개발사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태국의 게임 인구는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국 게임시장 규모는 세계 19위, 아시아 6위 수준으로 코트라는 2020년 태국 게임 시장이 약 8억655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태국의 게임 인구는 약 2780만명으로 인구의 41%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료 게임 인구도 1630만명(24%)에 달한다. 태국의 게임인구와 유료 게임 인구 비중은 모두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을 상회하며 성장세도 뚜렷하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예상 태국 게임 시장규모 8억6550만달러 중 71%인 6억1226만달러가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PC용 게임과 콘솔 게임들이 모바일로 출시되고 있다.

2019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9 방콕 한류박람회’ 모습. 코트라 제공

코트라 방콕무역관은 “태국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 확대 등 게임산업의 저변 확대와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로 향후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태국 내 게임 진출업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 트렌드가 모바일 기반으로 옮겨가 진출 시 진입장벽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태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은 태국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나 주요 이동통신 기업들과의 프로모션 진행 등의 방식으로 모바일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