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의 주무부처로, 과학기술 혁신의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키워왔다. 5G(5세대 이동통신)의 세계 최초 상용화부터 인공지능 국가전략, 디지털 뉴딜 등에 이르기까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국가적 위기 돌파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의 다른 부처를 비롯한 외부와 협력을 이루고 그 과정을 조율하는 데에도 많은 역량을 쏟아야 했다. 디지털 시대의 대전환기에 과기정통부의 수장인 최기영(65) 장관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이 있지만,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부처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 최 장관의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종합일간지와 가진 최초의 인터뷰다.
―지난해 5G 상용화부터 인공지능 국가전략과 디지털 뉴딜 등 굵직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이 어떠한 연계성을 지니면서 추진될까.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 활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위상도 높아졌다. 부처 간 협력이 새롭게 이뤄지거나 활발해지는 분야가 있다면.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의 중심에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있다. 부처별 혁신과 부처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범정부 지원위원회’를 운영 중이고, 역학조사관의 폭증하는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 질병관리본부가 협력해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와 협력해 교육용 콘텐츠 무료 이용, 저소득층 스마트 기기 대여 등을 지원한 것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효능이나 시기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 희망적인지, 또 애로사항은 없는지.
“백신은 내년 하반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치료제의 경우 올해 말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 치료제는 약물 재창출과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0여종에 대한 임상시험이 승인돼 진행 중이다. 이 중 약물 재창출은 신약 개발보다 빨리 치료제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치료제가 차질 없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확보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고, 정부도 관련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규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규제 샌드박스 등 성과도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난해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전자고지 등 다양한 신기술 및 서비스가 지정(63건)·출시(31건)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부처의 반대나 이해관계자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과제들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걸음 모델’이나 해커톤 등 관계 부처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투자뿐 아니라 규제개혁 방안에 대한 내용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면서 디지털화 가속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하면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과기정통부는 일자리보다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부처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전에 정부에서 매킨지에 용역 연구를 시킨 적이 있는데 10년 안에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7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보고가 나왔다. 문제는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이 새로 생겨난 자리에 갈 수 있느냐다. 이 때문에 일자리 전환과 재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도 있다.
“기존에도 여러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그에 따른 충격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뉴딜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선제적으로 수행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기정통부 수장으로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남다를 것 같은데.
“과기정통부가 정말 하는 게 많다. 달 탐사도 해야 하고, 우편배달도 해야 한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미래 비전을 보는 것이다. 당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반도체인데, 반도체 기술도 기반을 갖췄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60%인 부분을 레버리지로 삼는다면 뒤처진 부분도 따라잡을 수 있다. 다른 부분은 인재 양성이다. 좋은 인재를 키우면 그들이 미래에 알아서 잘할 거니까. 그런데 환경도 열악하고 쉽지 않아서 문제다. 박사 학위를 받아도 갈 데가 없고, 가더라도 보수가 낮다. 내년에 세종과학펠로십을 공식적으로 하려 한다. 선정되면 하고 싶은 연구를 원하는 곳에 가서 할 수 있고, 잘 안 되면 옮길 수도 있다. 이러한 시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교육 수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전자공학과 관련한 여러 가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하다가 대학을 못 가나 생각할 정도로. 분자생물학도 해보고 여러 가지 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실정에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에 필요한 학문은 다를 것 같다. 수학과 과학이 미래 인공지능에서 중요하고,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컴퓨터 알고리즘의 관점, 소프트웨어적 사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갈수록 기술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는데, 그에 대응하려면 빠르게 다양한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점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담=박종현 산업부장, 정리=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