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없앴다고 심신장애 3급이라니?” 軍 강제 전역 사유 황당하다는 변희수 전 하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여군으로 재입대하라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생각”

 

성전환 수술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사진·22)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시 온라인 공간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공동변호인단’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날) 대전지방법원에 육군본부의 전역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현행법상 현역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 복무를 중단해야 할 근거는 없다”면서 “소송 경과에 따라 군이 얼마나 억지로 법령을 끼워 맞춰 변 하사를 쫓아낸 것인지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공대위는 육군이 변 전 하사를 전역시킬 마땅한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남성의 성기를 상실해 장애를 가졌다’는 황당한 사유를 들었다고 주장한다. 변 전 하사 측 공동변호인단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쟁점은 딱 하나”라며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을 ‘신체장애’로 해석하는 게 맞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기 절제 사실이 전차 조종 등과 같은 변 전 하사의 임무 수행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대위는 “‘남성 성기 상실’을 이유로 전역을 명한 처분의 부당성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과 김보라미 변호사(왼쪽)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변 전 하사. 연합뉴스

 

변 전 하사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이 한순간에 일소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커밍아웃’하고 성별을 정정하기로 결심한 그때의 마음가짐,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 옆에서 응원하는 군 동료와 친구들, 성 소수자들, 변호인단과 함께 다시 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과 국방부, 혐오로 가득한 사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문 대통령이 말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 성 소수자들은 포함되는 게 아닌지 여쭤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그 슬로건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역 후) 여군으로 다시 지원하는 게 맞지 않냐’라는 질문에 “굉장히 폭력적인 생각”이라고 답했다. 장애를 입었다거나 성별이 변경됐다고 해서 다시 입대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 전가라는 것이다.

 

육군은 지난 1월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휴가 중 해외(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성 소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역사적 판단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