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MLB)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1), 보 비셋(22) 등 리그 전체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들이 모인 ‘미래의 팀’이다. 물론, 아직 이들의 재능은 폭발하지 않아 꾸준하지 않은 타격, 안정감 없는 수비, 단단하지 않은 불펜 등 팀 전체에 불안함이 가득하다. 이런 토론토가 2020시즌을 앞두고 4년 8000만달러(약 960억원)의 거액에 류현진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목적은 명확했다. 여러 불안요소 속에서 유망주들이 재능을 꽃피울 때까지 마운드에서 꿋꿋하게 버텨달라는 것이다. 2020시즌의 류현진은 어쩔 수 없이 과거 KBO리그 한화 시절 보여줬던 ‘외로운 에이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류현진이 12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토론토의 홈 개막전에서 시즌 2승에 실패했다. 그러나 예상됐던 불안요소가 모두 경기에 드러났음에도 버텨내기에 성공하며 끝내 팀 승리의 기반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류현진이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에서 버티기를 해낸 덕분에 토론토 타선은 재정비를 할 시간을 벌었고, 기어이 경기 후반 폭발했다. 5회까지 마이애미 선발 엘리저 에르난데스(25)에게 단 1안타만 때려내며 부진하더니 6회 대거 3실점을 생산해냈다. 대니 젠슨(25), 캐번 비지오(25)의 연속 2루타로 나온 무사 2, 3루 기회에서 비셋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경기는 3-1로 뒤집혔고, 류현진은 승리투수 자격을 얻었다.
다만, 아쉽게도 이 경기는 류현진의 시즌 2승 경기가 되지는 못했다. 토론토가 7회 1득점을 추가해 4-1이 된 상황에서 9회말 마무리투수 앤서니 배스(33)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2루타와 볼넷을 내주며 2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고, 끝내 프란시스코 세르벨리(34)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까지 허용했다.
다행히 한번 달궈진 토론토 타선은 식지 않았다. 4-4 동점 상황에서 이어진 10회 승부치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결국 승리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 토론토의 홈 첫 승리이자 첫 번째 끝내기 승리여서 의미가 더욱 컸다. 류현진 개인으로서도 지난 6일 애틀랜타전에 이은 연이은 호투로 시즌 첫 두번 등판 때의 부진을 완전하게 털어낸 의미 있는 경기였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이날 승리의 공헌을 류현진에게 돌렸다. 그는 경기 뒤 현지 매체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우리의 에이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