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제출자료 보니 노무현 정부 이래로 가장 많아 조직 장악·국정 이해 높아 선호 “입법부, 행정부 견제 기능 저하”
문재인정부 장관 10명 중 3명꼴로 의원을 겸직하면서 장관 업무를 수행했다. 의원 겸직 장관 수는 노무현정부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의원 겸직 장관이 늘어나면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는 지난 4년 동안 37명의 장관을 임명, 이 중 12명(32.4%)이 의원 겸직 장관이었다. 이는 박근혜정부(장관 43명 중 10명·23.3%), 이명박정부(장관 49명 중 11명·22.4%), 노무현정부(장관 76명 중 10명·13.1%)보다 높은 비율이다. 문재인정부 1기·2기 내각에 들어온 의원 12명의 선수(選手)는 38선에 달했다.
의원 겸직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직 장악력과 국정 과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 추진력은 장점으로 꼽힌다. 인사권자에게는 청문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동료 의식 때문에 ‘청문회 불패’ 신화가 이어지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개별 의원 입장에서도 부처의 수장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조직을 경영하는 기회를 쌓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장관 직을 하면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점도 의원들이 입각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의원 겸직 장관,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감시가 소홀해지는 점은 단점이다. 입법부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 감시 체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개호·도종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직전에 장관으로 일했던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관 상임위원장을 각각 맡아 이해충돌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관을 마칠 경우 국회에 돌아와 소관 상임위를 피하는 관례를 깨뜨린 것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청와대의 국정과제를 실행에 옮기는 돌격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추진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대입 정시 비중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을 내세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 인사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조직 안팎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교양대학)는 “대통령제에서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제1 원칙”이라며 “대통령은 당정이 한몸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국정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착각이다. 국회의 기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김미애 의원은 “당 대표, 원내대표 출신 등 다선 의원들이 장관에 등용되면서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더욱 약화하고 있다”며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서 종합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