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문재인정부 새로운 대북 안보라인이 출범했다. 7월 들어 서훈 안보실장이 업무를 개시한 데 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도 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된 것이다. 신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북 맞춤형 인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최근 북핵 협상 및 남북관계가 어려운 국면에 봉착하자 이를 돌파해 보려는 의지로 읽힌다. 사실 2018년 이후 남북·미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으나 북한 비핵화 협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남북관계마저 파탄상태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문제는 신임 대북 안보라인이 남북대화 복원에만 급급하여 다시금 조급함을 보인다면 실패는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총체적 난맥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바로잡는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를 선순환으로 해결한다는 신념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북한은 죗값을 받아내겠다며 남북관계 결별을 고하고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최근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는 남북관계 현주소를 보여준다. 북핵·미사일은 어떠한가? 비핵화 합의도 있었지만 핵·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되었다.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를 내세워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북한과 협상 촉진 논리로 한미연합연습 중단 및 축소는 잘못된 조치였다. 북핵 위협은 더욱 높아지는데 연합억제력만 약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제 왜 이런 결과가 나왔고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추진한 적은 없는지? 북한의 의도는 정확하게 읽고 나선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안보 우선이라는 원칙도 확고하게 붙잡아야 한다. 안보는 최우선 국익이다. 안보역량이 미약해 국권마저 잃고 고통당한 역사가 얼마인가? 평화는 강력한 안보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안보 없는 평화 외침은 공상에 불과할 뿐이다. 대한민국 안보 기반은 한미동맹이다.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창의적 해법 운운하면서 대북제재 우회로를 찾으려 한다면 한미공조 훼손은 물론 안보의 기반을 흔드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앞으로 한미연합연습을 대북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고한 한미동맹과 공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함은 물론 나아가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