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시작하고 이렇게 4일씩 쉬는 건 명절 빼고 처음이죠. 15∼16년째 근무하는 형들도 이렇게 쉬어보는 건 처음이라고 하세요.”
6년차 우체국 위탁택배원 박대희(39)씨는 1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4일간의 휴가가 생겼다. 박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경북 포항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온 다음 출근 전날은 집에서 쉬려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물량이 폭증하면서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라 이번 휴가가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택배 없는 날과 임시공휴일이 지정됐지만 휴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올해 임시공휴일에 유급휴일을 보장받는 대상은 관공서와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한한다.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는 김모(29)씨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휴가를 간다.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듣고 13일과 14일 이틀은 연차를 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업무에 지장이 없으면 임시공휴일에 덧붙여 휴가를 쓰는 건 자유로운 편”이라면서 “팀장님도 휴가를 쓰시고, 마침 하계휴가 기간이기도 해서 전혀 눈치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임시공휴일 적용 대상은 내년부터 30~300인 사업장, 2022년부터는 5~30인 사업장까지 확대되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과 택배기사 등 특고노동자들은 휴식의 사각지대로 남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장인 오모(29)씨는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들을 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임시공휴일이라고 해도 회사 상황에 따라 쉬기도, 일하기도 하다 보니 그날 약속을 잡거나 휴가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사실상 대표는 본인이 쉬고 싶은 때 쉴 수 있기 때문에 임시공휴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서 “직장인에겐 휴일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남들과 똑같이 휴식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임금도 받고 휴식도 누릴 수 있는 유급휴일인 임시공휴일이 남 얘기일 뿐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소개한 한 일용직 노동자의 사례가 그렇다. 그는 “현장 팀원 한 명이 창고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 들켜 벌칙으로 하루 쉬었다”면서 “하루 쉬는 게 누군가에겐 달콤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쓰디쓴 체벌”이라며 임시공휴일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번 공휴일 지정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을 뜻하지 않게 아프게 만들었다”면서 “휴식의 격차가 소득의 격차만큼 중요하다. 다음 임시공휴일 제정 때는 필요하다면 예산 지원을 해서라도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쉴 수 있는 조치를 해 달라”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제안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