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알려진 민주당 시의원, 제명 후에도 ‘후폭풍’ 지속

민주당 박민성 부산시의회 원내부대표가 지난 1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A의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부산시당 사과문을 낭독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이 당에서 제명됐다. 그러나 제명 후에도 이번 사건을 놓고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13일 윤리심판원 회의 결과 A의원 제명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부산시당은 지난 12일 오후 A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해 사실관계 확인과 본인 소명 등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당 A의원은 지난 5일 부산 사하구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이 식당 종업원인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의원은 “억울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피해자 측은 성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2개를 공개했다. 미래통합당은 11일에도 A의원이 이 식당을 찾아 또 다른 여성 종업원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이 또한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은 A의원 제명을 발표하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 해당인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는 물론,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우리 모두 각자의 언행을 한번 더 살피고 되돌아보는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성 시의회 원내부대표는 “윤리심판원 징계결정과 별개로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시의회 차원의 윤리위원회를 열어 엄중한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회 A의원이 지난 5일 부산 사하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 어깨에 손을 올린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제공

◆통합당 “오거돈·박원순 사건 겪고도 안 바뀌었다” 

 

그러나 피해자와 함께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통합당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통합당 부산시당은 12일에 이어 이날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통합당 김소정 부산시당 대변인은 A의원이 피해자의 어깨를 감싸안은 모습과 악수 후 오른쪽 어깨 바로 아랫부분을 쓸어내리다가 팔뚝 부위를 잡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A의원은 지금까지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무고 고소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다시 한번 사죄와 공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A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알려진 뒤 통합당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오거돈·박원순 사건을 겪고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민주당에서 성폭력 관련 문제가 거듭 불거지는 것을 지적했다. 지난 11일 A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는 사실이 12일 발표됐음에도 이날에야 제명 조치한 데에 “민주당이 자당 소속 부산시의원 성추행을 사과하면서 즉각적인 징계는 외면했다”며 “경찰조사 결과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CTV 화면에 피해자의 딸이 현장에 같이 있는 것을 언급,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모멸감을 줬다”며 “증거사진을 보면 너무나 명확한 성추행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하 위원장은 하루 전에도 페이스북에 “명백한 증거에도 경찰조사 핑계 대며 공당 책임을 외면하는 민주당은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은 모든 문제 되는 사안은 사법처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명확한데도 모두 묵인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성추행과 같은 윤리 문제는 도저히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당이 망가졌다고 공개 선언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회 A의원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 변호를 맡은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김소정 대변인이 지난 12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A의원이 피해자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폐쇄회로(CC)TV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A의원 “신체접촉은 격려 차원… 정치적 희생양 된 듯”

 

A의원은 CCTV 화면이 공개된 후에도 지속해서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어깨에 손을 올린 것은 격려 차원이었다”며 “추행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기획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A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길을 가다 식당 종업원이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고 식당에 놀러 오라고 제안해 5일과 11일 해당 식당을 방문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정치적으로 희생을 당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 격려 차원에서 (피해)여성 어깨를 2번 쳤다”며 “11일도 어떠한 추행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CCTV 영상에서 어깨에 5초 이상 손을 올리고 있는 장면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알려졌다.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A의원은 변호사를 선임해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여성단체연합과 부산여성상담소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에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지향한 성평등 가치가 붕괴해가는 이 시점에서 사죄 표명과 성폭력 대응 매뉴얼 제작,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 등 기존 대책만으로는 전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 12일 하루 앞서 부산 사하구 한 식당에서 민주당 소속 A의원이 식당 종업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A의원 성추행 관련 조사에 나섰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