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언론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14일 뉴시스와 만난 윤 씨는 “이제는 떳떳하다”며 “잘못된 시대를 바로잡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윤씨는 “억울한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도 “이제는 국민이 (나를 범인이 아니라고) 알아줬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사과를 받긴 했지만, 나보단 그동안의 잘못된 수사로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본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A씨는 지난 11일 재심 공판에 출석해 “너무 오래돼 기억은 잘 안 난다”면서도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고 저로 인해 윤씨가 잘못된 조사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A씨는 이 사건으로 특별승진까지 했었다.
화성 연쇄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1974년생 박양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당시 윤 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못 이겨 거짓자백을 해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윤 씨는 모범수로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당시 윤 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해 경찰이 주장하는 담을 넘어 범행했다기에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윤 씨의 주장은 묵살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해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이씨가 8차사건을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며 재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2일 경찰은 이 사건도 이춘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이 사건은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재조명됐다. 윤 씨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왜 자백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때 자백 안 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답해 당시 경찰들의 강압수사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실제로 당시 이춘재 범행에 대해 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하기도 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재심이 확정됐고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4일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벌인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