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에 이긴지 75주년이 된 것을 기리는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눈길을 끈다. 8월15일은 한국에선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이고, 미국에선 일본을 상대로 한 전승기념일(Victory over Japan Day)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동영상은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애리조나함 추모관에 입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 해군 군함인 애리조나함은 1941년 12월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했다. 미국 입장에선 2차 대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추모관 내부에는 당시 전사한 해군 수병들 이름이 적혀 있다.
애리조나함 추모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제는 퇴역한 미주리함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전시되고 있다. 영상은 애리조나함 추모관에서 바라본 미주리함을 보여준 뒤 75년을 거슬러 1945년 9월2일 일본 도쿄 앞바다에서 벌어진 항복 조인식 현장으로 간다.
1945년 8월15일 미국 등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일본이 정식으로 항복 문서를 조인한 것은 그로부터 18일이 지난 9월2일이었다. 도쿄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 군함 미주리호 함상에서 조인식이 열렸다.
패전국 일본을 대표해 항복 문서에 서명한 이는 외무장관 시게미쓰 마모루(1887∼1957)였다. 그는 중국 주재 외교관으로 일하던 1932년 4월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의거 당시 다쳐 다리를 절단했고, 그래서 항복 문서 조인식 때에도 의족과 지팡이에 의존하며 절뚝거렸다. 비록 일본의 항복을 받는 미주리호 함상에 한국 대표를 위한 자리는 없었지만 윤봉길 의사의 혼(魂)이 갑판 위를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 등 연합국을 대표해 항복을 받은 이는 미 육군의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였다. 맥아더 원수는 연설을 통해 “통탄스럽게도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취득한 서구의 과학 지식을 벼려서 억압과 인간을 노예화하는 수단으로 빚어냈다”고 일본을 꾸짖었다. 이어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고의 자유마저 미신에 호소하고 무력을 동원함으로써 부인하고 말았다”며 향후 일본을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들 의향을 내비쳤다.
2차 대전 패전국 일본의 항복 문서 조인식이 담긴 이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게시한지 얼마 안돼 15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6만5000여명은 ‘영상이 마음에 든다’는 표시를 했다.
이 영상을 올린 것 자체가 맥아더 원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존경심을 드러낸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2차 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활약한 맥아더 원수, 그리고 유럽 전선에서 독일과 싸운 조지 패튼 장군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바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욕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육사 교정 안에 세워진 맥아더 원수의 동상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고 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