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대학 강사로 근무하다가 올해 서울로 직장을 옮긴 박모(34)씨는 최근 급하게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를 보증금 4억원 월세 60만원 반전세로 계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 1학기에는 지방에서 출퇴근했지만, 더 이상 늦추면 영영 서울에서 집을 구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를 썼다. 박씨는 “6월쯤부터 전세를 구하러 다녔는데 점점 가격이 오르다가 지난달부터는 아예 씨가 말랐다”며 “요새는 반전세도 월 부담액이 100만원 넘어가는 매물이 대부분이라, 중개업소 연락을 받고 급하게 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셋집을 구해 착실히 저축을 하겠다는 그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보증금 대출이자와 월세를 합쳐 매달 80만원 가까운 고정지출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년이나 내후년쯤 상황을 봐서 경기도에 전셋집을 구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세 매물이 실종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반전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전세가 귀해진 탓에 일시적으로 반전세 수요가 늘자, 반전세 매물의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며 세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불안한 전세시장의 움직임에 조급해진 30∼40대가 여전히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뛰어들면서 중소형 아파트값도 진정되지 않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강남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반전세 매물도 보증금을 많이 올려주면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전세 기간을 연장하면서 계약서를 새로 쓰는 경우를 빼면, 10건 중 7건은 반전세 아니면 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를 주느니 차라리 집을 비워놓겠다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세가 귀해지면서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마포구 공덕3삼성래미안아파트(84.98㎡)는 지난달 3일 보증금 4억원(5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뒤 이달 7일에는 보증금 6억5000만원(7층)에 전세 계약이 되면서 불과 한 달 새 2억5000만원이 뛰었다. 지난달 11일 보증금 5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성동구 금호동 래미안하이리버(84.99㎡)의 경우 이달 8일에는 1억원 오른 6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전세와 함께 반전세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7월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반전세 가격지수는 100.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최대 규모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84.9㎡)는 지난달 30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90만원(3층)에 거래됐던 것이 이달 들어서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는 50만원 오른 240만원(29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준공 27년이 지난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84.32㎡)의 경우 지난달 29일에는 보증금 3억7000만원에 월세 15만원(15층)에 반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달 12일에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25만원(11층)에 거래됐다.
전세나 반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 일부가 매수로 돌아서면서 중소형 아파트값도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강동구 고덕아이파크(84.98㎡)는 지난달 24일 14억8000만원(7층)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