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김여정·이방카 만남 추진… 북·미 관계 활로 찾아야” [세계초대석]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美대선 전 북미정상 만남 어려워”
“日과의 관계 우회로 풀어야”
“미·중 갈등, 우리의 선택은”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18일 방한 일정을 조율 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 시 홍콩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이 서로 비난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공감대나 존경을 잃고 있는 것에서 다를 바가 없다”며 “(중국) 본인들이 말하는 일국양제의 가치가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보좌관 간 만남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왜 굳이 미국에 (독립기념일) DVD를 받고 싶다고 했겠는가”라며 “우회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5선인 송 위원장은 학창 시절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시대적 배경 때문에 대학 재학 중에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됐고, 이후 노동운동의 길을 걷다 ‘먹고살려고’ 사법시험을 쳤다. 하지만 외국어를 공부하고 해외 인맥을 키우며 외교관의 꿈을 놓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그는 꿈을 이루는 중이다. 대통령의 러시아 특사로 활약했고,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터를 닦는 1기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외통위원장이 된 그는 이제 의원외교의 선봉에서 활약한다. 다음은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몇 차례 비판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예방했는데. 불편하지 않던가.

 

“콧수염 밀고 왔더라(웃음). 미남이라고 말해줬다. 재미있는 얘기 많이 나눴는데, 밖에다 얘기 안 하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키겠다.”

 

―지난달 외교·안보라인이 바뀌었다.

 

“만시지탄이다. 너무 늦었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당시에 남북관계에서도 민간교류를 확 트는 등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발전(development)’을 해야 했었다. 우리 정부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줄 알고 너무 낙관적이었다. 미국 눈치보느라고 우리 스스로 더 통제한 거다. 개성공단 기업인들 방북을 문재인정부에서 일곱 번 신청했는데 다섯 번을 막았다(승인유보)는 것 아닌가. 말이 안 된다. 오죽하면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발까지 오게 됐을까. (새 외교·안보라인과 호흡은 잘 맞을까) 이인영 통일부 장관한테 일일이 보고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했다.”

―새 외교·안보라인의 첫 관문은 뭐가 될 것인가.

 

“한·미관계, 남북관계 모두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미국과 어떻게 조율할지가 문제가 될 거다. 누가 되든 지금까지와 다른 국면이다. 또 누가 되더라도 미 의회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의회 힘이 막강해서 의회 외교가 특히 필요할 거다. 제가 할 역할이 있다.”

 

―여권에서 워킹그룹 비판이 많았는데.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본다. 미국 내 제재와 관련한 여러 단계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그건 장점이다. 하지만 내 주장은 자주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때는 관료들이 책임지게 될까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작은 것까지 모두 워킹그룹에 올려버렸다. ‘통감정치’도 아닌데. 이인영 장관은 잘할 것이다. (한·미관계에서 잡음이 잦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가 어긋난다는 비판은 대부분 보수언론이 씌운 프레임이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굿캅, 배드캅으로 역할분담을 한다는데 우리도 남북문제 풀어가는 데 있어 미국과 역할분담을 하면 되는 거지 똑같은 목소리 행보하면 왜 필요한가. 미국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하면 된다.”

‘개성공단’ 배지가 도드라진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18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냉전시대도 아닌데 우리 내부에서 미·중 사이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줄세우기하라는 보수세력은 명·청 교체기에 망해가던 명나라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인조 같은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정호 선임기자

―북한은 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늘 하는 얘기가 자신이 비핵화의 길로 가는 것을 잘했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거다. 북한에도 군부와 내부관료 등의 여론이 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한다고, 김여정 제1부부장 입장에서는 평창에 와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성과가 없으니 체면이 안서게 된 거다. (미국 독립기념일 DVD를) 사서 쓰면 되는데, 김 부부장이 왜 굳이 DVD를 받고 싶다고 했겠는가.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과 화상회의를 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해줬다. ‘우회적으로 만나자’고 하는 거라고. 김 제1부부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든지, 아니면 이방카 보좌관이 (평양에) 와서 김 제1부부장을 만나야 한다.”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협상은 가능하겠는가.

 

“코로나19 백신이라도 개발되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래서 대신 김여정과 이방카라도 만나라고 하는 거다. 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우리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임기 불일치가 말썽이다. 이번에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또 뭔가 해보려 하다가 4년이 다 지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양제츠 정치국원이 오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까.

 

“남북관계는 우리가 해야지, 미국과 중국은 자기 코도 석자다.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면 한·중관계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양국 간 신속통로를 중소기업인들에게도 확대하고,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한한령의 완전 해제다. 중국이 우리한테 미·중 갈등에서 중국편 들라고 하러 온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국제사회 여론이 홍콩 문제로 중국을 고립시키는 상황에서 한국하고라도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내 방한 가능한가) 오도록 해야지.”

 

―홍콩 문제는 어떻게 보나.

 

“국가보안법이야 반대하면 내정간섭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들이 스스로 말한 일국양제는 잘 지켜야 한다. 그게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이 1949년에 홍콩을 병합할 수도 있었지만 1997년까지 무려 48년을 참았다. 거위 배를 갈라버리자는, 병합시키려는 욕심이 왜 없었겠느냐. 하지만 장기적 안목이 있었던 거다. 그때처럼 지금도 자신들이 말한 걸 잘 지켜야 한다. 개혁개방의 힘이 홍콩에서 나왔다.”

―미·중 갈등 격화가 시대적 화두다. 한국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냉전시대도 아닌데 선택은 무슨 선택인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말처럼 중국을 악의 축으로, 미·소 냉전과 같은 구도로 가는 것에 우리는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나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도 반대한다. 소(小)나토, 제2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중국을 왜 군사적 적으로 만들어야 하나. 미·중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겠지만, 우리는 똘똘 뭉쳐 ‘코리아 퍼스트’의 관점에서 취사선택해야 한다. 특히 우리 내부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줄세우기하라는 보수세력은 명·청 교체기에 망해가던 명나라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인조 같은 사람들이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 관련 자산매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의회 차원의 해결 방법을 구상하고 있나.

 

“우회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일본 의회 외교위원장하고 곧 통화한다. 잘 논의해 보겠다. 지난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발의한 문희상안은 통과 가능성이 낮지만, 시민사회 쪽에서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잘 검토하겠다.”

―외통위 전반기 과제는 무엇인가.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도 논란이 될 거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야당의원 중 저격수는 누구로 보이나)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이 요즘 제일 앞에서 (활동)하더라(웃음).”

 

―설화가 잦다.

 

“정치인이 말 안 하고 살 수 있나. 직원들과 내부적으로 얘기한 것이 보도된 것 같은데,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건 없다. (정부에선 일 안 하시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얘기다(웃음). 이번에 이낙연 의원이 나오시는 바람에 당대표를 양보했지만, 내년에 하려고 한다.”


대담=김용출 외교안보부장

정리=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전남 고흥 출생(57) ●광주 대동고·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연세대 총학생회장 역임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 학사·중어중문학 학사 ●16·17·18·20·21대 국회의원 ●민선5기 인천시장 역임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 특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위원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