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에 발목 잡힌 통합당?… 김종인 “우리와 아무 관계 없어” 선긋기

“文정부 방역 실패 책임, 왜 통합당에 전가하나” 격앙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사랑제일교회와 선 긋기에 나섰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광복절 집회,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통합당에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참석했는데 개별적으로 나간 걸 통합당이 무슨 권한으로 차단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에서 방역 실패 사례를 갖다가 정치적으로 책임 전가하기 위한 유치한 상황을 만든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소속 의원 몇몇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구설에 오른 것에 대해 “(현역) 한 사람 가고 전직 두 사람이 간 건데 그걸 어떻게 막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5일 광복절 일부 보수단체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 현역인 홍문표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 민경욱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 등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제기된 것을 언급한 발언이다. 특히 차 전 의원은 집회 참석 이후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8·15 광화문 집회와 통합당이 무슨 관계가 있나. 방역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전광훈 목사가 방역 지침을 위배했으면 정부는 정부 당국대로 기준에 따라서 전 목사를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이 무슨 관계가 있나. 그런 유치한 사고방식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여당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 조건을 걸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담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제시한 게 있어야지 아무런 명분도 없이 회담을 어떻게 하나”라며 “상식에 위배된 사람들이다. 여야가 만나서 협의한다면 기본적으로 협의할 대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통합당 측에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당을 향해 “미래통합당 홍문표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이 집회에 참석했고 미래통합당은 당원 대상으로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며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명진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차명진 페이스북 캡처

통합당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사랑제일교회와의 ‘거리 두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3년10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던 정당지지도가 한 주만에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양당 모두 지지도는 오름세였지만 민주당의 오름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TBS 의뢰로 실시한 8월 3주차(18~19일) 주중 잠정집계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4.1%p 오른 38.9%로, 0.8%p 오른 통합당(37.1%)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간 격차는 1.8%p였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