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거리정치’ 행보 논란…2016년 총선 낙마 후 중앙 정치무대 존재감 회복에 안간힘

김 전 지사, 코로나19 검사 받으라는 경찰관에 반발 / “내가 국회의원 3번 했어…사람을 뭐로보고 말이야” 갑질 시비 논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보수단체의 집회를 주도하는 등 거리정치에 나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최근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서울 강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외출한 A씨와 함께있다 경찰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요청을 받았다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어”라며 반말 섞인 항의를 해 이른바 ‘갑질’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김 전 지사와 A씨 등 일행은 유튜브 ‘김문수TV’의 녹화를 마치고 귀가하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A씨 강제연행에 나선 경찰과 맞닥뜨렸다.

 

경찰은 A씨는 물론이고 김 전 지사와 다른 일행에게도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 서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왼쪽)와 일행 강제연행에 나선 경찰관. 김문수 전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김 전 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당시 경찰관에게 “혐의가 있든지 해야지”라며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사람을 뭐로 보고 말이야”라고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A씨는 강제로 모셔갈 수 있는데, A씨와 같이 오셨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양해를 구답했고, 김 전 지사는 “이러면 안 된다고 당신들”이라며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 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의 항의에 경찰이 물러서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항의가 갑질 시비를 부른 것은 경찰관을 상대하는 내내 반말 섞인 말투로 일관한 데다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과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밀착한 채 ‘인증샷’을 찍는 등 감염이 의심되는 행보를 보인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2018년 지방선거 이후까지 몸을 담았던 미래통합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배현진 운내대변인이 지난 19일 페북에 “오늘 확진자 관련한 숱한 사실무근의 뉴스가 떠돌아 안타까웠지만 그보다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했다”며 “검사가 어려운 일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당장 자리에 임직해있지 않더라도 본인이 국정 책임의 직권을 맡았던 주목받는 인물일수록 정부의 방역 조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혹여 증상이 의심되어 두렵더라도 한순간 참고 검사받으면 결론이 명확한 일이며 그래야지만 국민께도 함께 차분히 ‘이겨내시자’ 말씀 올릴 면목이 선다”고 일갈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정부 들어 당국과 잦은 마찰을 밎었다.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서울시의 금지 조치에 ‘집회의 자유’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김 전 지사는 광화문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와 함께 지난달 초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월 22~23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6개 단체와 함께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연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도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지난해 10월 김 전 지사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등을 내란선동죄 및 무고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최 전 시장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간첩죄와 내란죄 등을 언급했다”며 고소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 전 지사가 이처럼 고소 등을 둘러싸고 논란의 행보를 자주 보이는 배경을 두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쇠락한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행보의 일환으로 분석하는 게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의 정치적 수난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시작됐다. 15∼17대 내리 3선을 한 국회의원인 데다 32∼33대 재선 경기지사를 거쳐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선거 경선에도 도전했던 거물급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던 김 전 지사는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으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2016년 4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소재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대구 수성갑·오른쪽)의 선거 사무소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김 후보와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특히 김 전 지사는 당시 대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받았으나 37.7%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노 관장은 두 차례나 대구로 내려가 지지 연설을 하고, 함께 지역구를 돌며 지지를 호소할 만큼 적극적이었으나 김 전 지사는 여당 텃밭에서 대패,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개인방송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정치를 모색했으나 예의 존재감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19대 대선 때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으나 3선을 노리 박원순 민주당 후보에 밀려 23.3%로 2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 들어 신당을 창당해 자유통일당, 자유공화당 대표에 올랐고, 탈당 후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전 목사의 기독자유통일당에 합류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1.83%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한편 기독자유당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