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동생 “현대건설은 언니를 사람 취급 안 했다… 대기업의 비열한 사기극”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난 배구선수 고(故) 고유민(사진)의 유족 측이 고유민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가 담긴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고 고유민의 동생 고민지씨는 21일 고유민의 SNS를 통해 “유민 언니 친동생이다. 진실을 알리려고 글을 올린다”는 글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고씨는 “언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증거를 찾기로 했고, 언니의 유서를 찾았다. 노트북으로 쓴 내용과 자필로 쓴 다이어리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주범은 악플이 아니라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법과 규약에 약한 20대 여성 배구인을 상대로 한 구단의 비열하게 짝이 없는 사기행각”이라고 폭로했다.

 

고씨는 “언니는 현대건설 배구단 코칭스태프의 의도적 따돌림과 운동 제외 등으로 괴로워했다. 언니는 엄마와 주위 사람들에게 ‘감독이 투명인간 취급한다. 나랑 말 한마디 제대로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의도적 운동 제외는 명백한 계약 위반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또 고씨는 “언니는 구단에 속아 임의탈퇴가 된 후 어느 팀에도 가지 못하는 사실에 극도로 비관했다”며 “그렇게 구단을 나온 언니는 수면제에 의지하는 자신이 너무 싫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구단은 선수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도희 감독은 언니가 수면제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언니는 현대건설을 나와서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해줄 테니 선수 계약 해지서를 쓰라’는 구단 말을 믿고 사인했다. 이 역시 자필로 기록한 증거가 있다”며 “그런데 구단은 한 달이 지나 언니를 일방적으로 임의탈퇴로 묶어버렸다. 언니는 그 사실을 알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구단에 속았다’며 절망과 배신감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씨는 “현대건설은 트레이드를 해주지도 않았고, 6월까지 연봉 지급도 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대기업 사기극이다. 언니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며 “구단에서는 6월15일 언니와 접촉을 했다고 계속 발언하고 있는데,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우리 언니 강한 사람이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편지를 쓰고 나왔을까”라며 “우리는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고, 이도희 감독과 손재홍 코치의 책임을 묻고, 배구계에 또 다른 비극이 없길 바라며 우리 가족과 모든 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현대건설 측은 고 고유민 죽음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임의탈퇴에 대해서는 “고인이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밝혀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하려 했으나, 당시는 요청 기간이 아니었다.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중단한 뒤 이후 FA 절차 종료 후 임의탈퇴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고유민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