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국에’… 파업 강행에 의료계 ‘달래기’ 나선 정부

여야 “코로나19 2차 유행 상황에서 파업 적절치 않아”
의협 “젊은이 목소리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지 말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가 3차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집단행동 강행은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수 있다는 여론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순차적 무기한 파업… 의료 공백 불가피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공의들은 연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인다.

 

이날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파업을 시작한 전공의들은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2년차 순으로 잇따라 무기한 파업에 나선다. 대학병원 임상 강사인 전임의(펠로우)들은 24일부터 단계별 단체 행동을 시작해 26일 의협 주도 총파업에 동참한다.

 

앞서 의료계는 지난 7일 전공의 파업, 14일 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이며 정부 의료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번 3차 파업에는 개원의, 전공의, 전임의 등 의사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파업 규모가 대폭 커지는 만큼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이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인력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는 만큼 급격히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대형병원 등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긴급하지 않은 환자에 한해서 입원과 수술을 연기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수술 일정을 파업 전후로 조정하고 있다.

 

◆여야 “코로나19 2차 유행 상황에서 파업 적절치 않아”

 

여야는 한목소리로 의료계 집단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이유라도 지금 파업은 전혀 온당치 않다.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면서 “만일 파업을 결행한다면 정부는 어떤 타협도 없이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의료계는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와 서로 마음 열고 대화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한 가지만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로 임해주시길 다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정부의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도 현 상황의 위중함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통해 “파업을 할 정도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겠지만 의료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종적으로 지켜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2차 유행의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 불안과 우려도 생각해달라. 시간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도록 파업을 자제하고 복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파업 중단하면 정책 추진 유보하겠다” 

 

정부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일단 ‘파업을 중단하면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 자칫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협과 대전협이 집단행동을 중단하는 경우 협의 기간에 정부의 정책 추진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지금이라도 코로나19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을 시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료법에 의한 진료 개시 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의 조치, 형사처벌이나 면허에 가해지는 조치들이 있고, 전공의의 경우 수련병원에서 복무상황을 점검해 원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용산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 철회가 없으면 26∼28일 예고한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의협, 3차 파업 강행… “정부, 젊은이 목소리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

 

여러 차례 정부의 중재 시도에도 의협은 기존 입장대로 3차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의협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을 언급하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의무복무와 강제전공을 내세워 억지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만들려다가, 당장 눈앞에서 신규 의사 3000여명을 잃게 된 것”이라며 “심지어 단체행동에 나서는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 정지의 불이익을 언급하며 사실상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그저 기득권의 목소리,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국민께 불안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파업의 원인은 정부의 독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 의료인력을 유지하면서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