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힘들어요”… 생명의 전화 10명 중 6명은 ‘1020세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담 데이터 분석
9년간 상담 8113건… 고위험자 1595명 구조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생명의 전화'. 연합뉴스

한강 교량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로 상담을 신청해 온 10명 중 6명은 102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이 가장 많았고 진로 고민과 학업에 따른 부담감을 토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1년부터 9년째 운영 중인 ‘SOS 생명의 전화’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년간 자살 위기 상담이 8113건 있었고, 그중 투신 직전의 고위험자 1595명을 구조했다고 24일 밝혔다.

 

SOS 생명의 전화는 한강 다리를 찾은 자살 위기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한강 교량에 설치한 상담 전화기로, 20개 교량에 75대의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24시간 운영되며 위기상황 발생 시 119구조대, 경찰과 연계해 생명구조 작업을 진행한다.

 

연령대 별로 보면 20대(32.7%)와 10대(30.8%)가 가장 많았다. 20대와 10대를 합치면 63.5%로, 생명의 전화를 건 10명 중 6명은 1020세대였다. 상담 유형으로는 이성교제와 직장,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인관계 상담이 2208건(22%)을 차지했고, 진로 고민과 학업에 따른 심적 부담감과 압박감에 대한 내용도 2017건(20%)을 기록해 2000건을 넘었다. 재단은 “10대 청소년 및 20대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한강 다리 중 가장 전화가 많이 걸려온 곳은 마포대교로 5242건(65%)을 기록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강대교(622건, 8%)와 양화대교(358건, 4%)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잦았다. 성별을 보면 남성이 4584건(56.5%)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은 개인적인 요인도 있지만 사회적, 제도적 요인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문제”라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하고 비대면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불안감과 우울감, 자살충동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기정 생명보험재단 상임이사는 “생명보험재단은 지난 2011년 충동적인 자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강 교량에 ‘SOS 생명의 전화’를 설치한 이래로 9년 간 꾸준히 운영하며, 자살 발생의 직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나아가 한국생명의전화, 119수난구조대 등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전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위기에 놓인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