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vs 전국민…'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놓고 이견

'코로나 재확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요구 봇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에 따른 대도민 긴급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치권 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요구가 분출되는 가운데 '지급 대상'이 다시 한번 쟁점에 올랐다.

 

여권 내에선 앞서 이뤄진 3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으로 인해 커진 재정부담과 향후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비해 '선별 지급'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1차 때와 같이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권에서는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국민 지급'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지사는 24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2차 지원금을 '하위 50%에 2배씩' 지급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보수야당의 선별복지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결론적으로 이 주장은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오해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민주당이 견지해 온 보편복지노선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로 피해 보지 않은 국민이 없다"며 "재난지원금은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데 더 많은 세금을 냈거나, 내야 할 사람들을 경제정책 집행에서 배제해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부자에 대한 관념적 적대성의 발현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국민 지급' 주장을 지지한 소병훈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2차 재난지원금도 기본소득 방식으로 전 국민 균등지원을 꼭 관철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 역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라리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설 의원은 "(선별 지급의 경우) 선별하는데 들어가는 여러가지 행정적 과정이 비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다음 시간적인 문제도 있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내용들도 많이 나오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차 때 우리가 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2차 때도 똑같이 (하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논의를 다시 해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측은 선별 과정에서 차등 지급에 따른 소요가 불가피하고, 1차 지원금 지급 당시 소비 촉진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득에 따른 선별 지급시 전국민 소득을 명확하게 파악 가능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득하위 70%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건 단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부처나 기관에도 전 국민의 소득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면서 전국민 선(先) 지급, 후(後) 환수를 주장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선별 지급 여론이 우세하다. 현 상황이 2차 대유행의 초기 단계로 분석되는 만큼, 추후 상황이 악화할 경우 필요해질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위해서라도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이날 뉴스1에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지원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선별 지급에 무게를 뒀다.

 

이 후보는 "올 봄 1차 지급 때도 지금 같은 논의가 있었으나, 행정준비와 국민 수용성 등의 고민 때문에 전면 지급을 선택했다"면서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해야 할 때이며, 재난지원금 논의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로 미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당·정·청 결정대로 코로나 재확산의 중대 고비를 일단 잘 넘긴 후, 2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세 번에 걸쳐 총 59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정부담이 커진 점도 선별 지급론에 힘을 싣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형태로 2차 지원금 지급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차 지원금도 (10조원 이상이었던 1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준다면 100% 국채 발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국민에) 다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재정여력을 남겨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저는 2차 재난지원금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기 최고위원 당선이 확실시되는 양향자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만큼은 대상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분들로 한정지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기준점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사가 비판한 '하위 50%에 2배씩' 지급안을 주장한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재정이란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출에선 항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이 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저는 100% 국민에게 지급하느니 하위 50%에게 2배를 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경제활력 효과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려줘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이 24일 이 지사를 향해 "얄팍한 논리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인기영합적 발언은 멈추고, 그저 도지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고 도정으로 간신히 복귀한 이재명 지사의 최근 행보가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도정은 뒷전이고 마치 집권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된 듯한 그의 말과 행동은 지극히 말초적이고 즉흥적"이라며 "임기의 절반 이상을 허송세월하며 도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경기도민들에게 송구하고 빚진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도정에만 전념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코로나 사태가 2차 대유행으로 진입해 가는 엄중한 상황에서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도지사가 국가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두고 연일 정치적 발언과 언론 플레이를 일삼는 것은 본분을 한참 벗어난 일"이라고 했다.

 

또 홍 수석부대변인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2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와 국가 재정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 지사 주장처럼 보편적 복지 운운하며 무턱대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취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해 주기 바란다"며 "속칭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잠시 잠깐 국민에게 청량감을 줄 순 있어도 시간이 지나 김이 빠지면 마시지도 못한 채 버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