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부채, 2차대전 이후 ‘최악’

WSJ “코로나로 지출 늘어… 128% 달해
종식 후에도 경제호황 기대하긴 어려워”
한국도 국가채무 840조… 재정 악화 우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주요국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불어났다.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도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7월 기준으로 선진 경제 국가들의 부채가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128%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24%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명예학장은 “(코로나19를) 전쟁에 빗대는 것은 정확한 비유”라며 “우리는 외적이 아닌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지출 수준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는 달라질 전망이다. 2차 대전 후에는 급속한 세계 경제성장 덕분에 선진국 채무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지만, 이번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WSJ는 인구 구조, 기술, 느려진 성장 속도 등을 이유로 꼽으며 코로나19 종식 후 ‘포스트 2차 대전’ 수준의 경제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전쟁 후 1950년대까지 성장률은 프랑스와 캐나다가 연 5%, 이탈리아가 연 6%, 독일과 일본이 연 8% 이상에 달했고, 미국도 연 4%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독일의 성장률은 연 2% 안팎에 불과하고, 일본과 프랑스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 인구증가율 둔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1960년대 초까지 주요 7개국(G7) 인구증가율이 모두 연 1%에 육박했지만 이미 일본과 이탈리아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상황도 70여년 전과는 정반대다. 세계대전 후 선진국들의 임금과 물가 통제 완화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정부 부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줬지만, 오늘날에는 막대한 경기부양 지출에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본예산 기준 국가부채는 740조8000억원이었으나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840조2000억원까지 뛰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이 기간 37.1%에서 43.5%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될 경우 이 비율이 50%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지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