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의료계가 반발하는 공공의료 확대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을 것임을 단호히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의 방역 발목잡기로 방역 대응 수위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사회경제적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의료진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 의료정책을 문제 삼아 파업을 선언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파업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할 경우 자칫 코로나19 방역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집합금지는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하지 말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의 벗이 되라는 취지라는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전공의 이어 전임의도 파업 동참… 수술 차질 속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단체행동에 펠로로 불리는 전임의까지 동참하며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물꼬는 텄으나,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의료 공백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소속 전임의 288명이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임의는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들로, 펠로라고도 한다.
이들은 병원 로비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혈액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릴레이 헌혈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소속 전임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진료는 복귀했지만 다른 분야는 파업을 이어갔다. 이날 전공의 파업 참가율은 69.4%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51곳에서 파악한 결과다.
전공의·전임의 파업으로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외래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을 줄이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공의 500여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나선 삼성서울병원은 인력 부족 탓에 이날 응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연기된 수술 중에는 뇌종양 환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맡아온 외래진료는 그나마 운영이 되지만 전공의가 없어 수술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늦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화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설득 작업을 이어갔다.
정 총리는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보건의료 현안정책에 대해 의료계와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방역 전선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불안해하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도 가중될 것”이라며 집단행동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도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반면, 의료계는 ‘전면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최 회장은 “정 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나눴고,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으로 대화하기로 했다”면서도 “아직은 견해차가 좁혀진 게 없다”고 밝혔다.
박현준·김준영·곽은산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