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자라는 여성… “면도는 그만, 나 자신을 사랑하기”

면도를 그만둔 뒤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A씨는‘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앓고 있다. 사진=SWNS

 

발생원인 조차 불명확한 병으로 남성처럼 수염이 자라는 20대 여성 사연이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사우스웨스트뉴스서비스(SWNS)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뉴욕시에 사는 27세 여성 A씨다.

 

A씨의 증세는 15세 때부터 시작됐다. A씨는 처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수염이 자라 고민에 빠졌다. 또래 여자아이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그는 병원을 찾았고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PCOS는 가임기 여성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내분비 질환이다. 증세는 무배란, 남성 호르몬 과다증, 비만, 다모증 등 다양한데 A씨의 경우 다모증 증세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남성처럼 자라난 수염을 보며 듣기 심한 말을 하는 등 A씨는 놀림감이 되거나 따돌림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참다 못한 A씨는 면도기를 들고 매일 수염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수염은 내 인생을 바꿔 버렸다”며 “16세 때 졸업 파티 전날 처음 수염을 면도했다. 그 후 8년 동안 어떻게 든 수염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수염을 없애기 위해 ‘왁싱’(미용의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왁스를 사용한 제모)을 시작으로 레이저 치료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호르몬 이상으로 발생한 수염은 제거할 수 없었다.

 

되레 더 많은 수염이 자라나면서 성인 남성과 비슷한 정도가 됐다.

 

그러던 최근 A씨는 인도 출신 모델 하르남 카우르(Harnaam Kaur)를 알게 된 뒤 콤플렉스였던 수염 제거를 그만뒀다. 하르남 역시 PCOS를 앓고 있다.

 

인도 출신 모델 하르남 카우르. 세계 최초로 '수염 기른 여성'이란 타이틀로 기네스북에 등록됐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을 앓고 있다. 기네스북

A씨는 “턱수염을 길게 기른 그의 당당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그는 수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도 그처럼 당당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길을 걸으면 몰래 사진 찍는 등 내 외모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드러낸다”며 “하지만 이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오던 면도를 그만뒀다. A씨는 면도를 그만둔 뒤 얼굴엔 덥수룩한 수염이 자랐지만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