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정성 느꼈다”는 의협, 파업은 그대로…“국민께 죄송”

잠정합의 이르렀으나 전공의 반발에 철회
대한의사협회가 제2차 총파업(집단휴진)에 돌입한 26일, 서울의료원에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수 차례 대화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진정성을 느꼈다면서도 오는 28일까지로 예고한 3일간의 총파업(집단휴진)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은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단체행동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점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26일 오전 8시부로 의사들에게 진료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의협은 집단휴진 첫날인 이날 대국민담화문을 내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치열한 실무협상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해준 복지부의 진정성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의협은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26일부터 3일간 예정된 단체행동에 돌입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홍보이사)은 “진료실 문을 걸어 잠근 채 거리로 향하고 싶은 의사는 단언컨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단체행동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앞서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휴진을 예고했다. 이후 복지부와 의협은 수차례 대화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해당 정책들을 중단한다는 잠정 합의문을 도출했으나, 전공의 등의 반발에 밀려 최종 타결이 무산됐다. 파업 첫날인 이날 새벽까지 양측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최종 타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대의원 총회 결과 정책의 ‘중단’은 아닌 완전한 ‘철회’ 없이는 파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반발에 의협 역시 합의문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다. 대전협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 등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더라도 현재로선 단체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총파업(집단휴진)을 이어갈 방침이다. 연합뉴스

의협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집단휴진을 벌인다. 전공의들은 이미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63곳의 응답을 기준으로 전공의 휴진율은 58.3%(1만277명 중 5995명 휴진), 전임의 휴진율은 6.1%(2639명 중 162명 휴진)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진료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정부는 또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집단휴진이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단체도 의협에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과 14일 1차 의사 파업 이후 환자의 피해와 불편이 가중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의협이 2차 총파업을 강행하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의협이 문제 삼는 ‘4대악 의료정책’이 총파업에 돌입할 정도의 사유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