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2차 총파업에 대구 의료현장 ‘비상체제’

대구 4개 대학 의대생들, “국시 거부·동맹휴학” 확산

26일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2차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대구지역 의료현장이 술렁이는 모습이다.

 

대학 병원에서는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동네 병원 대다수는 정상적으로 문을 열면서 우려했던 의료공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의대·의전원 재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거부, 동맹 휴학 등에 나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1차 파업 당시 대구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1858곳 가운데 31.9%인 594곳이 참여했지만, 이날 2차 파업에는 참여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 휴진에 동참한 대구시의사회 소속 일부 임원은 이날 오전부터 대구시의사회관에서 비상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일부에선 대한의사협회가 파업을 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와 대구 개원의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이날 긴급 수술을 제외한 대부분 수술 일정이 미뤄졌다. 경북대병원 전공의 194명 가운데 167명이 휴가를 내면서 하루 45차례 진행되던 수술이 11건으로 줄었다. 영남대병원도 전체 전공의 165명이 현장을 떠나면서 수술 건수는 평소의 절반 수순으로 떨어졌다.

 

계명대 성서 동산병원은 전공의 182명 중 169명이, 대구가톨릭병원에서도 전공의 144명 중 138명이 각각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여 수술 건수가 평소보다 10%가량 줄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경증환자는 2차 병원 유도나 전원시키고 있다”면서 “중증 및 재진 환자의 경우 응급진료나 입원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1858곳은 대부분 문을 열어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구시는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재가동해 병원급 의료기관 125곳이 정상진료를 하고,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의료기관 19곳에 대한 24시간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역 의대·의전원 재학생들도 이번 파업과는 별개로 정부 정책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며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접수를 취소했다.

 

경북대는 본과 4학년 108명 중 106명이 참여했고, 영남대(75명)·계명대(68명)·대구가톨릭대(38명)는 전원이 취소 서류를 수합해 이날 국가고시를 관장하는 국시원에 접수를 마쳤다. 의예과 1학년부터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이미 동맹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경북대 의대 한 학생은 “국시를 거부하면서까지 나서는 것은 부당한 정책이 가져올 의료계의 현실을 알리고 싶어서다"며 "국민들이 보기엔 단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