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이 긴데 마지막에 (의미가) 축약돼 있는 것 같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513호 법정. 소위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의 첫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30여분간 낭독한 직후 재판장은 이 같은 촌평을 내놨다. 검찰은 ‘중요사건’이라는 이유로 23쪽 분량의 공소장을 빠짐없이 읽었다. 통상적으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공소 요지만 간략히 짚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재판장이 콕 집은 마지막 문장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캐내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공소사실에 대해 “공익 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 이사장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유 이사장의 강연에 대해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따라가며 취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은 2015년 신라젠 관련 행사에서 축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라젠과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검언유착’ 의혹이 사전에 기획됐는지 여부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 전 기자는 일련의 사태가 ‘함정 취재’에 기반했음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제보자X’가 MBC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장소에 이 전 기자를 불러내 관련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만큼 이 전 대표가 위협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란 논리다.
재판 도중 정 부장검사가 발언권을 얻어 피고인 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백 기자 측이 “이 전 대표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하자 정 부장검사는 일어나 “핵심적으로는 이 전 기자가 한 것이고 (백 기자와)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두 번째 공판을 연다. 검찰 측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의 의견 진술에 이어 구체적인 재판 일정이 짜일 전망이다. 일단 이 전 기자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이 전 대표와 지씨 등의 진술에 동의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