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순간풍속 43m가량의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6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에서 항공기 결항과 도로 침수,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바비는 서해상을 따라 북상하면서 27일 오전 5시쯤 서울에 가장 가까워졌다가 북한 황해도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역대급’ 집중호우와 태풍 등 풍수해까지 겹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7시30분 기준 제주 230편, 김포 92편 등 전국 9개 공항에서 48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녹동(제주)∼거문, 목포∼율목 등 약 100개 항로 여객선 157척과 유도선 210여척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 신안·암태 천사대교는 이날 오후 7시부터 통행이 제한됐다.
이밖에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는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은 침수됐고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우수관이 폭우로 역류해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강풍에 제주시 이도2동 한 아파트 외벽은 뜯어졌고 연동과 아라2동에선 각각 신호등과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가로수 10건, 가로등·전신주 13건, 중앙분리대 10건, 간판 12건, 건물 외벽 17건 등 64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한때 제주와 전남 지역 880여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기상청은 오후 11시를 기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태풍주의보를 발령했다.
태풍 영향으로 26∼27일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은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대본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전국 408개 선별진료소에 대해 결박(333개소) 및 철거(75개소)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27일 실외 선별진료소 운영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일 오전 시설물을 재설치해 오후부터는 실외 선별진료소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다만 재개 시간은 태풍 진행 상황과 각 자치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태풍 바비 북상과 관련해 “피해가 우려되는 현장을 세심히 점검하는 등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바비의 영향으로 27일에도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제주도와 서해안은 최대 순간풍속 시속 144~216㎞(초속 40∼60), 인천·경기서해안과 연안도서지역에는 최대순간풍속 시속 72~108㎞(초속 30~40m) 등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 지리산 부근과 전라도, 경북서부내륙, 경남남해안, 제주도, 서해 5도는 50~150㎜(전남남해안, 지리산 부근은 250㎜ 이상)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한낮에는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계속된다.
송민섭·남혜정·박현준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